2003년생 공격수 배준호(스토크 시티)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유럽 진출 6개월 만에 데뷔골을 터뜨리더니, 이번엔 환상적인 골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소속팀도 강등권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 중심에 배준호가 섰다.
배준호는 3일(한국시간) 영국 스태포드셔 스토크온트레드의 벳365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2023~24 챔피언십 35라운드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의 2-0 완승을 이끄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4-3-3 전형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배준호는 반대편에서 넘어온 롱패스를 침착하게 받은 뒤, 상대의 거친 수비를 뚫고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수비수가 뒤에서 손을 쓰며 방해를 하는데도 밸런스를 유지하며 공 소유권을 지켜낸 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반박자 빠른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배준호는 골을 넣은 직후 홈팬들 앞으로 달려가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친 뒤, 오른손을 귀에 가져다 대며 환호를 이끌어 냈다. 이번 시즌 리그 다섯 번째 공격 포인트(2골·3도움)이자, 지난달 25일 카디프 시티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골.
앞서 배준호는 지난 스토크시티전에서도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 자신이 얻어낸 프리킥 기회를 팀 동료가 직접 슈팅으로 연결한 공을 골키퍼가 쳐내자, 문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마무리해 데뷔골을 쏘아 올렸다. 기세가 오른 배준호는 유럽 진출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완벽하게 적응을 마친 모습을 보여줬다.
비단 골장면뿐만 아니라 배준호는 20개의 패스를 모두 성공시켜 패스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크로스는 한 개를 시도해 정확하게 동료에게 연결했고, 과감하게 드리블도 시도해 네 차례 중 1차례를 성공시켰다. 특히 배준호는 지난 카디프시티전에서도 팀 내 가장 많은 드리블을 시도할 만큼 과감하게 공격을 풀어갔고, 이날 역시도 마찬가지 존재감을 보여줬다. 적극적인 볼 경합 등 공·수 양면에서도 힘을 보탠 건 물론이다.
이날 배준호의 골은 스토크 시티의 2-0 완승으로 이어진 결승골이 됐다. 특히 스토크 시티가 최근 거듭 추락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배준호의 골이 발판이 된 승리는 의미가 더욱 컸다. 실제 스토크 시티는 이 경기 전까지 2연패 포함 1승 6패로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다음 시즌 3부리그 강등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는데, 이날 귀중한 승점 3을 챙기면서 강등권 탈출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 스토크 시티는 승점 38(10승 8무 17패)로 24개 팀 중 22위. 그러나 16위 플리머스 아가일과의 격차가 단 2점에 불과해 상승세를 타면 언제든 잔류권 진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배준호의 활약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현지 매체 극찬이 쏟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이미 지난 카디프 시티전에서도 배준호는 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현지 매체 스토크 온 트렌트 라이브로부터 팀 내 최고 평점인 7점을 받은 바 있다. 유일한 7점 평점이기도 했다. 결승골을 터뜨린 이번 미들즈브러전 역시 8점이었다. 배준호 포함 네 명이 8점을 받아 최고 평점. 매체는 “평소와 같은 기술과 능력으로 환상적인 골을 넣었다. 경기장에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며 “배준호는 25m를 돌파한 뒤 골망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멋진 크로스를 전달하는 등 활약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사령탑 스티븐 슈마허 감독도 “배준호가 중요한 순간 눈부신 마무리 능력을 보여줬다”며 박수를 보냈다.
결승골에 패스 성공률 100% 등을 기록했으니, 스탯을 기반으로 한 평점에서도 팀 내 최고 수준의 평점이었다. 소파스코어 평점에선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7.6점, 폿몹 평점에선 팀 내에서 세 번째로 높은 평점 8점을 각각 받았다. 지난 카디프시티전에서도 7점대 평점을 받으며 좋은 경기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두 경기 연속 높은 평점을 받으며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나게 됐다.
최근 득점력뿐만 아니라 기술 등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경기력 자체가 좋은 만큼 국가대표팀 깜짝 승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배준호는 지난해 5월 열렸던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신화 이후엔 아직 태극마크와는 인연이 닿지 않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U-23 대표팀과 함께 A대표팀 임시 감독도 맡고 있는 만큼 유럽 무대에서 새로운 해결사로 활약 중인 배준호의 활약은 눈여겨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배준호는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 러브콜을 받았고, 지난해 여름 스토크 시티로 이적하며 유럽 도전에 나섰다. 어린 나이에도 배준호는 당시 대전하나시티즌의 에이스였는데, 대전 구단은 물론 이민성 감독도 선수의 미래를 위해 흔쾌히 이적을 허락했다.
배준호는 출국 당시 “항상 꿈꿔왔던 무대이기 때문에 가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힘든 일도 있겠지만 잘 이겨내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며 “바로 뛸 수 있는 구단으로 가기를 원했다. 스토크 시티에서 적극적으로 저를 원해줬기 때문에 선택을 했다. 공격 포인트를 많이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이제는 공격 포인트를 많이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해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날 리그 2호골과 함께 리그 공격 포인트 다섯 개(2골·3도움)를 쌓으면서 배준호는 팀 내 공격 포인트 2위로도 올라섰다. 2골·4도움을 기록 중인 바우터 뷔르헤르와는 단 한 개 차다. 유럽 진출 첫 시즌 만에 보여주고 있는 가파른 상승세 속 앞으로의 전망도 더욱 기대감이 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