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달러(9352억원)를 받고 이적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그 값을 시범경기 7할 타율로 내기 시작했다.
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렌치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불과 3회 만에 세 타석을 모두 소화했고 모두 안타를 기록해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12월 다저스와 자유계약선수(FA)로 계약한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라는 역대 최고 규모 계약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계약만큼 관심을 모은 게 2024년 다저스 상위 타선의 파괴력이었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무키 베츠, 2020년 내셔널리그 MVP 프레디 프리먼이 지난 시즌 최고 1, 2번 타자를 구성했는데 여기에 오타니를 더해서다.
그 파괴력이 벌써 터지고 있다. 다저스는 4일 경기에서 베츠가 3타수 3안타 2득점, 프리먼이 3타수 1안타 2타점을 올리며 맹타를 휘둘렀다. 여기에 5번 타자 맥스 먼시가 홈런을 더하는 등 타선 전체가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다저스의 '빅3'는 1회부터 콜로라도를 맹폭했다. 1회 말 베츠가 안타로 포문을 연 후 오타니가 안타로 바통을 받았다. 이어지는 무사 1·2루 기회 때 프리먼의 적시타로 선취 득점이 만들어졌고, 윌 스미스의 희생 플라이로 오타니까지 득점했다. 후속 타자 먼시도 희생 플라이로 타점을 기록, 1회에만 3점을 뽑았다.
다저스는 2회 곧바로 두 번째 타순에 돌입했다. 1사 후 베츠가 다시 안타를 쳤고 오타니가 좌중간 펜스를 맞히는 1타점 적시 3루타로 그를 불렀다. 이어 프리먼이 상대 실책으로 출루하며 득점이 더해졌다. 3회 다시 타석이 찾아왔다. 1사 후 앤디 파헤스의 볼넷과 베츠의 안타로 1·2루 기회가 만들어졌고 오타니의 1타점 적시타가 이어졌다. 3타수 3안타. 타격감을 확인한 오타니는 그대로 대주자 미겔 바르가스와 교체되며 상쾌하게 출전을 마무리했다.
흠잡을 곳 없는 출전이었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올해 타자로만 출전한다. 재활을 거친 만큼 몸 상태가 관건이었다. 개막 정상 출전 여부를 두고 선수 본인이 확신을 던졌는데 시범경기 활약으로 이를 증명 중이다. 그 결과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714 OPS 2.207로 절정의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시범경기 페이스만 보면 오히려 타자에만 집중하는 올해 커리어하이도 기대할 수 있는 모양새다.
LA 에인절스 시절 받지 못한 우산 효과도 가능하다. 오타니는 에인절스 시절 마이크 트라웃을 제외하면 강타자가 없어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아야 했다. 이에 시즌 중 타격 기복을 겪는 일도 잦았다.
다저스에서는 다르다. 4일 경기에서 보여준 맹폭이 그렇듯 앞뒤로 있는 강타자 덕에 오타니 본인은 물론 다저스 타선 전반이 함께 폭발할 수 있다. 다저스는 지난해 249홈런 906득점으로 모두 전체 2위에 머물렀다. 오타니의 가세로 1위 탈환을 노릴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