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황제' 진종오(45)가 공식 은퇴식을 갖고 27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진종오는 4일 서울 성공구 소재 브리온컴퍼니 사옥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그는 역대 한국인 올림피언 중 가장 많은 금메달(4개)과 메달(6개)을 획득한 레전드다. 선수 시절 영상과 함께 등장한 그는 취재진과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고, 자신이 가장 의미를 부여하는 물품들을 사연과 함께 소개하며 영광의 순간들을 돌아봤다. 특히 자신을 최고의 선수로 이끈 원동력인 메모하는 습관을 소개하며 후배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가장 의미 있는 메달, 최고의 한 발도 꼽았다.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 관계를 포기하며 선수로서 본분에 매진했다. 그는 "지독하게 외로웠다"라고 돌아봤다. 더불어 후배들에게 더 다정하게 대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전했다. '제2의 인생'을 앞둔 그는 그동안 많은 이들에게 받은 사랑과 도움을 보답하고자 한다. 다음은 사대를 떠나는 진종오의 일문일답.
-은퇴 결정은 언제 했나.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했다. '더 이상 내가 (대표팀) 한자리를 차지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사격 선수한테 치명적인 노안이나 수전증이 생긴 건 아니지만, 집중력이 올라가지 않더라. 도쿄 올림픽을 마친 뒤 파리 올림픽도 나가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 이미 은퇴를 굳혔다.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고 싶진 않았다."
- 자기 관리의 대명사다. 돌아본다면.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다음 해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메모장에 그 내용을 썼다. 자중하고, 참는 삶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만남도 피해야 했다. 지독하게 외로웠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 가장 의미가 있었던 메달이 있다면.
"모든 메달이 의미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2012 런던 올림픽 50m 권총이었던 것 같다. 당시 랭킹 1위였고, 세계 기록도 보유하고 있었다. 자신감이 넘쳤고, 즐기면서 올림픽을 치렀다. '내가 세계 정상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라는 마음이 컸다. 성적과 성취감 모두 최고였다."
- 정상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리우 올림픽부터는 기술보다 체력 훈련 비중이 높아지더라. 선수로서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담이 컸다. 도쿄 올림픽은 '어떤 정신으로 대회를 치렀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담이 컸다."
- 선수 생활 최고의 한 발과 최악의 한 발을 꼽는다면.
"아테네 올림픽은 시작부터 6점대를 쐈다. 훈련 때도 나오지 않았던 기록이다. 최고는 런던 올림픽 10m 공기 권총 결선 마지막 발이었다. 10.8을 쐈는데, 쏘는 순간 '정중앙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 향후 계획을 전한다면.
"지도자로서 선수들과 국제대회를 나가는 꿈도 꿨다. 꼭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올림픽 출전을 앞둔 후배들을 만나서 멘털 관리와 기술 전수를 위해 조언을 해주고 싶다."
- 선수 생활 내내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마지막 대회를 마치고 쓴 내용은.
"지난해 9월 나선 국내 대회(경찰청장기)가 마지막이었다. 첫 발부터 마지막까지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수로서 뛸 수 있는 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많은 것을 내려놨다. 혼자서 슬픈 일기를 썼다."
- 다시 태어나도 사격 선수를 할 것인가.
"그렇다. 다시 하고 싶다. 사격을 너무 좋아한다. 아직도 사격장을 가면 설렌다. 사격 선수로 남고 싶다."
- 파리 올림픽을 앞둔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올림픽 전까지 국제대회를 더 많이 치를 것이다. 물론 지도자가 관리를 해주기도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체크하고 항상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 비인기 종목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맞다. 아직 대중이 잘 모르는 종목 그들만의 리그를 하는 종목도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 스포츠팬이 더 많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특히 사격은 '특정한 사람만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있다. 사실 그렇지 않다. 사격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더 홍보를 해야 한다."
- 다음 인생에서도 메모하는 습관을 유지할 것인가.
"받은 사랑을 베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자', '청렴결백하게 살자'라는 생각을 되뇔 것이다."
- 국민의힘에 입당하며 정계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오늘은 선수 진종오의 모습만 말씀드리고 싶다. 내일부터는 얼마든지 답해 드리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