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23·키움 히어로즈)은 '이정후의 후계자'로 불린다. 특급 유망주였던 그는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키움으로 이적했고, 후반기에만 타율 0.327·6홈런을 기록하며 주전급 선수로 올라섰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투수의) 어떤 공이든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팀 주축으로 올라설 수 있는 선수"라며 이주형의 자질을 극찬했다. 그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며 공격력 저하가 우려되는 키움 타선에 기대주다. 지난 시즌 후반기, 발목 부상을 당해 이탈했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타순(3번)과 수비 포지션(중견수)를 맡기도 했다.
그런 이주형에게 악재가 생겼다. 왼쪽 허벅지 근육 부상 탓에 스프링캠프를 완주하지 못했다. 막반 부상 탓에 조기귀국한 뒤 병원 검진을 받았다. 2주 정도는 휴식과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형은 지난 시즌 막판, 프로 데뷔 뒤 처음으로 얻은 1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통증을 참고 뛰었다. 그 부위가 재발한 것.
이주형은 스프링캠프에서도 공식 훈련 외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을 매일 소화했고, 허벅지 통증을 다스리는 법도 터득했다며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 개막을 앞두고 같은 부위에 문제가 생기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고질적인 통증으로 커질까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올 시즌 목표로 삼았던 '타격 존 확립'도 더뎌질 수밖에 없다. 이주형은 지난 시즌 스트라이크존(S존) 좌우 끝에 걸치는 '스트라이크 같은 볼'을 잘 골라내며 남다른 선구안을 보여줬다. 명백한 심판의 오심에 삼진을 당했을 때는 오히려 그의 타격 절제력이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다가올 시즌, 이주형의 숙제 중 한 가지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 적응이었다. 심판의 공 판정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전용 카메라로 투구를 추적해 스트라이트와 볼을 판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한 상황. 타자들은 일관성 있는 판정을 기대할 수 있는 점을 반기면서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ABS가 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주형처럼 자신만의 S존을 명확히 갖고 있는 선수에겐 ABS 도입이 변수가 될 수 있었다.
이주형도 ABS 적응을 가장 큰 숙제로 내세웠다. 그는 대한 가오슝에서 진행한 2차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며" ABS 도입으로 S존에 일관성이 생기는 건 명확하기 때문에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만의 타격 존을 다시 설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스윙은 과감하게 하면서도 벗어난 공을 잘 골라내는 타격을 보여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모두 같은 조건 속에서 새로운 변수를 맞이하는 시작점에 섰다. 올 시즌 초반 레이스는 그런 이유도 더 중요했다. 하지만 이주형에겐 악재가 생겼다. 다른 선수들보다 적응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키움도 비상이다.
이주형은 7일 발표된 메이저리그(MLB) 서울 개막전을 앞두고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연습 경기(스페셜 매치)를 가질 젊은 대표팀 '팀 코리아' 일원으로 선발된 바 있다. 하지만 부상으로 7일 발표된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다. 잃은 게 많은 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