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헤비급 챔피언인 프란시스 은가누(카메룬)가 충격의 KO패를 당하면서 가치 하락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그를 향한 세간의 기대가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은가누는 지난 9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덤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복싱 헤비급 경기에서 전 4대 기구 챔피언 앤서니 조슈아(영국)에게 2라운드 2분 38초 만에 졌다.
충격적인 실신 패였다. 은가누는 조슈아의 뒷손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세 차례나 다운을 당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말 그대로 픽 쓰러졌다. 무엇보다 커리어를 통틀어 종합격투기(MMA) 복싱 경기에서 처음으로 KO 패를 당했다는 점은 격투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MMA 최고 단체로 꼽히는 UFC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은가누는 1m 93cm의 신장에 120kg에 육박하는 거구를 지녔다. 상대를 단번에 쓰러뜨리는 강력한 펀치와 강공에도 개의치 않는 단단한 맷집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실전 싸움에 가장 가까운 종목, 그것도 가장 위 체급에서 정점을 찍은 터라 그에게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실제 은가누는 본인의 주전장이 아닌 복싱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해 10월 WBC 헤비급 챔피언 타이슨 퓨리(영국)와 복싱 매치에서 1-2로 판정패했지만, 한 차례 다운을 뺏어내는 등 대등하게 싸웠다. 판정 논란까지 일었을 정도였다. 그간 MMA 선수들이 전문 복서들과 복싱 경기에서 무참히 패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은가누가 복싱계까지 접수할 수 있다는 세간의 기대가 이 경기 후 더 커졌다.
퓨리와 대결에서 1000만 파운드(170억원) 이상을 번 것으로 알려진 은가누가 또 한 번 조슈아와 ‘머니 파이트’를 펼쳤다. 이번에는 부수입을 제외한 파이트 머니만 2000만 달러(265억원)로 알려졌다. 퓨리전으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품성까지 치솟은 것이다.
그러나 조슈아의 펀치에 힘없이 쓰러지면서 은가누 하면 떠오르던 ‘극강’ 이미지가 산산조각났다. 상품성 하락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은가누는 경기 후 “오늘 일을 처리하고 다음 스텝이 무엇일지 알아보겠다. MMA일 수도 있지만, (복싱 여정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다음 도전을 시사했다.
미국 블리처리포트 역시 곧장 은가누의 다음 상대 후보 4인을 언급했지만, 팬들의 기대는 이전만 못 하다. 그의 원래 종목인 MMA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고, 유튜버이자 2020년 프로 복싱 데뷔전을 치른 제이크 폴(미국)과 붙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