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무결점 경기력'을 되찾았다. 전영오픈, 2024 파리 올림픽 정상 등극 전망을 밝혔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지난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아디다스 아레나)에서 월드 투어 2024 프랑스오픈(슈퍼 750)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4위)를 게임 스코어 2-1(18-21, 21-13, 21-10)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오픈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포디움 맨 위에 섰다.
안세영은 우승을 확정한 뒤 코트 밖에 있는 충돌 방지 보호대 위에 머리를 파묻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40일 넘는 재활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첫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낸 감회에 젖은 듯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10월까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금메달 획득을 포함해 국제대회에서 10번 우승했다. 강철 같은 체력과 한 단계 성장한 공격력을 앞세워 자신과 여자단식 '빅4'로 불리는 천위페이(중국·2위)와 야마구치, 타이쯔잉(대만·3위)을 차례로 압도했다.
2023년은 완벽하지 않았다. 항저우 AG 결승전에서 당한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 탓이었다. 한 달 넘게 재활 치료를 받고 나선 3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구마모토 마스터스 준결승에선 천위페이, 월드 투어 파이널 준결승전에서는 타이쯔잉에 패했다.
전열을 정비한 안세영은 올해 첫 번째 출전이었던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두 번째 대회였던 인도오픈 8강전에선 오른쪽 허벅지 통증이 생기며 기권했다. AG 부상 여파였다.
그사이 출전한 5개 대회 경기력은 한창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크게 떨어졌다. 경쟁자 타이쯔잉이 월드 투어 파이널이 끝난 뒤 "안세영이 예전처럼 빠르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
인도오픈 기권 뒤 다시 40여 일 동안 재활 치료를 받은 안세영은 복귀 무대였던 프랑스오픈에서 부상 후유증이 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측면 이동 기동력이 살아났고, 한쪽 다리를 앞으로 내딛고 자세를 낮추는 런지 동작도 무리 없이 해냈다. 이전 대회에서는 손으로 부상 부위(오른쪽 무릎)를 자주 짚었지만,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는 그런 모습도 없었다.
결승전 2게임부터는 특유의 '질식 수비'를 앞세워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끌고 갔다. 체력이 빠진 야마구치를 상대로 2게임 14-13에서 연속 7득점했고, 3게임도 시작부터 연속 5득점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안세영은 이 대회 준결승전에서는 타이쯔잉을 2-1로 이겼다. 지난해 부상 이후 처음으로 여자단식 1~4위권 선수들을 차례로 이기고 정상에 올랐다. '강자 킬러' 면모도 되찾았다.
마침 프랑스오픈은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아디다스 아레나에서 개최됐다. 프레올림픽이나 다름없던 대회에서 코트 적응을 마치고, 좋은 기운을 얻은 점도 수확이다.
12일부터 영국 버밍엄에서 '배드민턴의 윔블던'으로 불리는 전영오픈이 열린다. 여자단식 '디펜딩 챔피언' 안세영은 한국 단식 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 2연패를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