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신인 우완 투수 전미르(19)는 지난 9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 6회 초 승부처에서 강렬한 투구를 보여줬다.
롯데는 초반부터 타선이 터지며 8-5로 앞섰지만, 6회 초 투수 한현희가 선두 타자 정은원에게 볼넷을 내줬고, 좌타자 최인호를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좌완 임준섭까지 안타를 맞고 위기에 놓였다. 임준섭은 후속 황영묵을 직선타 처리했지만, 롯데 중견수 윤동희의 호수비 덕분에 잡은 아웃카운트였다.
이 상황에서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전미르를 투입했다. 그는 첫 타자로 상대한 요나단 페라자에겐 볼넷을 내줬지만, 후속 타자이자 2023시즌 홈런왕 노시환을 주 무기 커브를 결정구로 삼진 처리했고, 리그 대표 내야수 안치홍까지 내야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 탈출을 이끌었다. 롯데는 6회 말 공격에서 이주찬의 솔로포 등 2득점했고, 8회 8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18-5로 대승을 거뒀다. 전미르는 7회도 실점 없이 막아내는 등 임무를 완수하며 시즌 4번째 홀드를 챙겼다.
전미르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투수다. 배짱 있는 투구, 특히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커브 조합을 앞세워 허리진이 흔들리던 롯데에 단비 같은 존재로 인정받았다.
그런 전미르는 4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갑자기 흔들렸다. 지난달 24일 부산 SSG 랜더스전에서 3실점, 지난 1일 부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4점을 내줬다.
한 차례 고비를 겪은 전미르는 2일 키움전에서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안 좋은 흐름을 끊었다.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원 포인트 릴리버로 나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냈다. 9일 한화전에서 6경기 만에 1이닝 이상 소화하며 무실점 투구를 해냈다.
9일 한화전 승리 뒤 만난 전미르는 표정이 밝지 않았다. 노시환과의 승부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그저 공격적인 투구를 하려고 했다"라고 짧게 말했다.
첫 슬럼프를 겪은 전미르는 자책했다. 이전보다 경기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 그는 "계속 경기에 나가면서 초심을 잃은 것 같았다. 필승조 임무를 수행하며 홀드를 올리는 걸 당연하게 여기기도 했다"라며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마음이 들뜬 채로 오른 마운드에서 흔들렸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보며 느낀 게 많았다. 전미르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라고도 했다.
포수 유강남, 투수조 선배들로부터 격려와 조언을 들은 전미르는 잠시 느슨해졌던 긴장의 끈을 다시 조였다. 9일 한화전 좋은 투구는 이런 과정 속에서 얻은 성과였다.
인터뷰를 마친 전미르에게 "승리하고도 침울한 것 같다"라고 하자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했다.
데뷔 첫 시즌부터 팀 마운드 주축 전력으로 안착한 신인. 그만큼 다른 9개 구단의 분석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롯데가 3연패를 당한 12일 부산 LG 트윈스전에서도 전미르는 시련을 겪었다. 4-4 동점이었던 8회 초 2사 1루 오지환 타석에서 투입된 그는 직구 2개를 먼저 보여준 뒤 3구째로 주 무기 커브를 선택했지만, 노련한 상대 타자에게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오지환은 커브가 들어올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배트 컨트롤로 타이밍을 늦춘 뒤 가볍고 호쾌한 스윙을 보여줬다.
전미르는 앞으로도 커브를 노리는 리그 강타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슬럼프는 더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자기 평가로 잠시 느슨해진 멘탈을 다잡은 건 큰 수확이 될 것 같다. 전미르의 성장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