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가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에서 일본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상대한다. 요코하마는 앞서 울산에서 뛰다 전북 현대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아마노 준(일본)이 속한 팀이다.
앞서 울산은 지난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8강 2차전에서 설영우의 결승골을 앞세워 ‘현대가 라이벌’ 전북을 1-0으로 제압했다. 1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겼던 울산은 1·2차전 합계 스코어에서 2-1로 앞서 두 시즌 만에 대회 4강에 진출했다.
이튿날 요코하마도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산둥 타이산(중국)을 제치고 4강에 합류해 두 팀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요코하마는 산둥 원정 2-1 승리에 이어 이날 요코하마 니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안데르송 로페스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요코하마가 대회 4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과 요코하마는 내달 17일 울산, 24일 요코하마에서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겨뤄 결승 진출팀을 가린다. AFC 챔피언스리그는 4강까지 각각 동·서아시아 지역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결승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반대편 4강 대진에선 알아인(아랍에미리트)과 알힐랄(사우디아라비아)이 겨룬다.
공교롭게도 울산 입장에선 8강 김태환에 이어 4강에선 아마노와 마주하게 됐다. 둘 모두 울산에서 뛰다 곧바로 전북으로 이적해 울산 팬들의 분노를 샀던 이들이다. 김태환은 2015년 입단 이후 지난해까지 울산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으로 이적했다. 울산 팬들은 1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찾은 김태환이 공을 잡을 때마다 거센 야유를 보냈고, 경기가 끝난 뒤 김태환이 울산 팬들에게 인사하러 오자 등을 돌리기도 했다. 이에 김태환도 짧게 인사 후 휙 돌아서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진 모습이다.
요코하마가 원 소속팀인 아마노는 지난 2022년 울산, 2023년엔 전북에서 각각 임대로 뛰었다. 2022시즌 동행을 이어가던 울산은 아마노와 임대 계약 연장을 논의하고 추진했지만, 아마노가 돌연 전북을 택하면서 분노를 샀다. 울산과 이미 임대 계약 연장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도 팀을 떠난 거라 팬들은 물론 홍명보 감독도 이례적으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당시 홍 감독은 “처음에 이야기할 땐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돈 때문에 전북으로 이적했다. 거짓말을 하고 전북으로 간 셈인데, 지금까지 일본 선수를 많이 만나봤지만 역대 최악”이라며 “중요하지 않다던 돈을 보고 이적한 건 울산 팀이나 선수를 전혀 존중하지 않은 처사”라고 아마노를 직격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아마노는 “홍명보 감독을 여전히 존경한다”면서도 “그런 발언을 한 게 충격이다.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 울산 구단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협상) 자리를 만든 적이 없다. 계약할 생각이 없다고 받아들였다”고 반박했다. 이에 울산 구단은 이례적으로 추가 기자회견을 열고 아마노와의 협상 과정을 시간 순으로 정리한 표를 공개하고 협상 과정을 설명하는 등 아마노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지난해 아마노가 전북 소속으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찾을 때마다 울산 팬들은 거센 야유를 보내거나 일본어로 적힌 ‘거짓말쟁이 아마노’ 걸개를 걸기도 했다. 이후 아마노는 전북과 임대 계약을 마친 뒤 2년 간 K리그 여정을 마치고 원소속팀인 요코하마로 돌아갔다.
한편 울산은 ACL 4강전 2경기 성적에 따라 내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 2025년 대회부터 32개 팀이 참가해 4년마다 열리는 방식으로 개편되는 클럽 월드컵은 참가만 해도 수십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명보 감독도 “클럽 월드컵이 확대 개편된 것이 확실히 큰 동기부여가 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