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출격을 위한 마지막 점검을 끝냈다. 다소 불안했던 '행복 수비'에도 에이스답게 거뜬했다.
류현진은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시범경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6구를 던졌다. 6피안타 6탈삼진 2실점을 기록, 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시범경기 개막전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류현진이 호투한 한화는 14-2 대승을 거두며 시범경기 5승 2패 1무 호성적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지난달 한화로 복귀한 직후 곧바로 개막전 선발 등판을 예고했다. 다소 늦게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는 오키나와 캠프에서 곧바로 불펜 피칭, 라이브 피칭 등을 소화하며 빠르게 몸을 끌어올렸다.
마지막 준비가 17일 롯데전이었다. 예상대로 깔끔한 투구 내용을 선보였다. 완벽하게 롯데 타선을 압도하진 못했다. 앞서 12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최고 148㎞/h를 기록한 것과 달리 이날은 최고 구속이 144㎞/h에 그쳤고 대부분 140㎞/h 안팎에 그쳤다.
류현진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류현진은 특유의 노련하고 능구렁이와 같은 투구로 매번 위기에서 탈출했다. 그는 1회 초 첫 이닝 때 선두 타자 정훈,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느린 직구보다 더 느린 커브(112㎞/h)로 노진혁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중심 타자 전준우와 유강남을 상대로는 손쉽게 뜬공을 유도해 무실점으로 첫 이닝을 마쳤다.
2회는 삼자 범퇴였다. 선두 타자 김민성은 2구만 던져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후속 타자 박승욱에게는 느리지만 예리하게 제구된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후속 타자 이주찬에겐 트레이드 마크 체인지업으로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3회 운이 따르지 않았다. 땅볼과 3구 삼진으로 첫 아웃 카운트 2개를 손쉽게 잡았다. 그러나 후속 타자 노진혁에게 유도한 내야 땅볼이 류현진 본인을 맞혔다. 부상은 피했지만, 타구는 범타가 아닌 내야 안타로 기록됐다. 레이예스의 안타로 기회를 이은 롯데는 4번 타자 전준우가 류현진의 3구째 142㎞/h 직구를 공략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타구는 우익수 임종찬을 향해 높이 날아갔다.
끝날 듯했던 이닝이 끝나지 않았다. 임종찬이 순간 타구를 놓쳤고, 공이 그의 앞에 떨어지면서 2루타로 둔갑했다. 주자 노진혁과 레이예스도 그 사이 모두 홈을 밟았다. 실책성 수비였지만, 기록은 류현진의 2자책점이었다.
12년 전 한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더 노련해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고 차곡차곡 경기를 풀어갔다. 그는 후속 타자 유강남에게 체인지업과 직구를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꽂았다. 이어 3구째 143㎞/h 직구가 유강남의 몸쪽 스트라이크존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3구 삼진.
류현진은 그대로 4회와 5회도 안정적으로 막았다. 1피안타 후 연속 범타로 4회를 마친 그는 5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정훈(헛스윙 삼진) 노진혁(루킹 삼진)을 연달아 돌려보내는 등 삼자 범퇴로 다섯 번째 이닝을 닫았다. 목표 투구 수를 채운 그는 6회부터 불펜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화 타선도 맹타를 휘둘렀다. 총 19안타 14득점을 몰아쳐 류현진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최원호 감독이 1번 타자로 낙점한 정은원이 3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으로 3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외야수 경쟁 중인 임종찬도 5타수 3안타 4타점 1득점으로 경쟁력을 증명했다. 롯데는 류현진처럼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애런 윌커슨이 등판했지만, 4이닝 동안 10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7실점(6자책점)으로 크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