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한화 이글스)는 지난 17일 프로 데뷔 후 가장 큰 무대 위에 올랐다. 그는 17일 팀 코리아 소속 선발 투수로 2024 메이저리그(MLB) 월드 투어 스페셜 매치에 등판했다.
상대는 말 그대로 야구계의 거인들이었다. 샌디에이고가 자랑하는 MLB 올스타 상위 타자들이 그를 맞이했다. 잰더 보가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등 굵직한 타자들이 연이어 문동주의 앞에 등장했다.
긴장했을까. 문동주는 1회부터 크게 흔들렸다. 1회에만 볼넷이 4개에 폭투까지 나왔다. 실점은 많지 않았으나 지난해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고 신인왕에 올랐던 문동주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2회는 또 달랐다. 1회 크게 흔들렸던 것과 달리 차분하게 샌디에이고 타자들을 상대했고, 2이닝 소화 임무를 깔끔하게 마쳤다.
하루 뒤 만난 문동주는 꽤 밝아 보였다. 취재진과 만난 그는 "1회 때 긴장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해부터 경기 운영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며 자신의 단점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자책은 아니었다. 문동주는 "어제(17일) 경기도 내 모습이 지난해와 같았다면, 1회 때 그대로 무너졌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실점 후 무너지지 않고 1회를 잘 마무리했고, 2회 때는 다른 모습으로 피칭했다. 지난해보다 많이 발전하고, 달라진 점 같다"고 긍정적인 자기 평가를 남겼다.
긍정은 문동주의 힘이다. 그는 "단점을 찾으면 끝도 없다. 어제 영상은 장점 위주로 봤다"고 웃었다. 신인왕을 받은 지난해 시즌 중에도 그랬다. 당시 4월 평균자책점 2.38로 활약하던 그는 5월 돌연 평균자책점 8.22로 주춤했다. 하지만 6월부터 부활했고, 결국 신인왕과 국가대표 승선까지 모두 이뤄 최고의 한 해를 만들었다.
부진을 막 벗어났던 당시 문동주는 "나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다. 스스로도 혼동이 왔고 자신감을 잃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난 매 경기마다 조금씩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안 좋을지 몰라도 내용은 계속 발전해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금씩 더 성장했고, 좋은 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는 17일 등판으로 18일 LA 다저스전에는 나서지 못했다. 평소 "오타니 쇼헤이가 쓰던 베개를 따라 샀다"고 밝힐 정도로 관심을 갖던 그였지만, 결국 오타니와 맞대결은 이루지 못했다.
문동주는 그조차도 긍정적이었다. 그는 "지금 상태(컨디션)로 오타니를 상대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웃으면서 "난 아직 스무 살이다. 앞으로 좋아질 게 훨씬 많을 거로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발전한 게 있지 않나. 다음 기회에 오타니를 만날 땐 훨씬 더 발전해 있으리라 믿는다"며 "202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만난다면 (일본을 상대로) 퍼펙트 게임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