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간판선수 안세영(22·삼성생명)이 2연패에 실패한 전영오픈 결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 2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유럽 원정을 소화한 안세영이 19일(한국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7년 만에 전영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하고 금의환향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날 안세영의 목에는 메달이 걸려 있지 않았다.
BWF 여자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10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랭킹 4위)를 게임 스코어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다시 야마구치와 맞대결한 지난 16일 전영오픈 준결승전에선 1-2로 패했다.
안세영은 지난 1월 나선 인도오픈 8강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고, 이후 한 달 넘게 재활 치료를 받았다. 복귀 무대였던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며 부상 후유증을 털어낸 것으로 보였지만, 전영오픈 준결승전에서는 초반부터 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긴 랠리가 끝나면 한동안 코트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고, 오른쪽이 아닌 왼쪽 허벅지를 부여잡기도 했다.
안세영은 19일 귀국 인터뷰에서 "6주 동안 재활 치료를 받고 다시 나선 대회들이었기 때문에 걱정도, 긴장도 많이 했다. 그런 조건 속에서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둬 만족한다"라고 했다.
안세영은 몸 상태를 묻는 말에 "프랑스오픈은 2024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치러졌다. 리허설 무대였기 때문에 더 힘을 쏟았던 것 같다. 그 여파가 전영오픈에 이어졌다. 몸보다는 기술적으로 부족했다. (야마구치와의) 4강전에서도 왼쪽 허벅지에 경련이 생긴 것"이라고 전했다. 50번 넘는 메가 랠리를 세 차례나 치른 4강전. 안세영은 "힘들었지만, '이게 내가 배드민턴을 하는 이유였다'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웃었다.
전영오픈 2연패는 실패했지만, 안세영은 더 값진 배움을 얻었다. 그는 "야마구치 선수가 나를 잘 대비한 게 느껴지더라. 내가 한 발 뒤처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면서도 "그 경기가 올림픽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더 힘을 쏟아서 맞대결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이전보다 경기력이 떨어졌다. 올해도 후유증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경기를 치르를 법도 배웠다.
안세영은 "부상을 처음 당해봐서 대처법을 잘 몰랐다. 하지만 최악의 몸 상태 속에서도 경기를 뛰어본 건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안세영은 "랭킹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출전 관리를 할 생각이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