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하라가 ‘버닝썬 게이트’ 속 경찰 유착 관계를 파헤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BBC는 유튜브 등을 통해 2018~9년 발생한 ‘버닝썬 게이트’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버닝썬: 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버닝썬 게이트 취재에 나섰던 강경윤 기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승리, 정준영, 최종훈 등이 포함된 단톡방에 등장한 경찰 고위층의 존재를 취재한 과정을 소개했다. 강 기자는 “도대체 그 단체 카톡방에서 나오는 경찰이라는 사람은 누굴까, 그게 너무 중요했고 가장 풀리지 않는 문제였는데 구하라가 등장해서 그 물꼬를 터줬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고 구하라는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과 연습생 당시부터 친한 사이였고, 이미 단톡방 내 불법 촬영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강 기자는 “구하라로부터 ‘정말 도와드리고 싶다’며 먼저 연락이 왔다. 구하라는 최종훈과 데뷔 때부터 친했고 승리, 정준영과도 어느 정도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다. 본인이 친분이 있어서 그들이 휴대폰을 할 때 본 적이 있는데 ‘걔네 거기에 진짜 이상한거 많아요. 기자님이 이야기 하신게 맞아요’라고 이야기 했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이어 “어떻게 도와주면 될까해서 솔직히 ‘사실 나는 경찰의 존재를 알고 싶은데 알 방법이 없다. 이 부분에 있어서 도와줄 수 있냐’고 했더니 당시 구하라가 최종훈에게 전화해 그 부분(경찰 실명)을 대신 물어봐줬다”고 말했다.
고 구하라의 친오빠 구호인씨도 인터뷰에 나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구씨는 “내 동생 하라는 최종훈과 연습생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낸 친한 친구 사이였다. ‘기자님께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 하라’고 설득한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옆에서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동생이 ‘종훈아 내가 도와줄게. 네가 알고 있는 것 그대로 기자님한테 얘기를 해’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하라의 용기 낸 행동으로 최종훈과 전화통화를 한 강 기자는 이후 단톡방에 등장한 ‘경찰총장’의 신원을 알게 됐다고. 강 기자는 “경찰총장이라는 인물이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윤규근이라는 실제 있는 경찰이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최종훈의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구하라가) 도와준 것”이라며 “구하라는 용기 있는 여성이었다. 나한테 얘기했을 때 ‘저도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잖아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하라는 앞서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 및 사적으로 촬영된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아 경찰에 신고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구하라의 전 남자친구는 폭행 및 협박죄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정준영과 단톡방 멤버들이 클럽 등지에서 만난 여성들에게 술을 먹이고 집단 성폭행 및 불법 촬영한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단톡방 메시지 등이 구체적으로 공개돼 출격을 안겼다. 또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여성을 향한 폭력적인 행태에 대한 클럽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정준영은 집단 성폭행 및 불법 촬영·유포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지난 3월 만기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