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 결과, 복수의 KBO리그 구단이 교체 외국인 투수 후보를 CPBL에서 물색 중이다. 미국의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차선책으로 대만 시장이 떠올랐는데 물밑 움직임은 꽤 적극적이다. 이미 4월부터 스카우트를 파견, 선수를 체크한 구단이 있을 정도다.
CPBL에는 다양한 선수가 뛰고 있다. 마리오 산체스·다니엘 멩덴(이상 전 KIA 타이거즈) 타일러 애플러(전 키움 히어로즈)를 비롯한 KBO리그 유경험자에 일본 프로야구(NPB) 출신 매니 바누엘로스,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있는 니발도 로드리게스 등 후보군이 다양하다.
이전만 하더라도 리그 수준이 떨어진다고 판단, CPBL 출신 선수 영입에 우려가 따랐다. 하지만 숀 모리만도(전 SSG 랜더스) 브랜든 와델(현 두산 베어스)처럼 CPBL 출신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영입 부담이 크게 줄었다. 한 운영팀 관계자는 "미국의 선수 시장을 물색하는 것처럼 대만 리그를 체크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이 대만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다만 변수도 있다. KBO리그 러브콜이 많아지면서 CPBL 구단도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선수 권리를 뺏기지 않으려고 주요 외국인 투수를 '풀 게런티'로 묶고 다양한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하기도 한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대만에 가는 선수들은 대부분 계약서에 옵트아웃(계약을 파기하고 FA 자격을 다시 얻는 것) 조항을 넣는다. 그 시점이 6월 중순 이후나 7월"이라며 "그때나 올 수 있지 지금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현재 CPBL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에릭 스타우트(중신 브라더스). 1993년생 스타우트는 빅리그 출신 왼손 투수로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는다. 지난 시즌부터 CPBL에서 활약 중인데 올해 8경기 평균자책점이 2.16으로 부문 3위다. 그런데 스타우트의 계약도 바이아웃 조항이 7월 초로 설정, KBO리그 구단이 영입을 원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
B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성적 부진으로 퇴출당한 로버트 더거(전 SSG)가 최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계약한 것만 봐도 미국의 선수 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거"라며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멩덴은 세금 문제로 한국에 다시 오기 힘들 거라는 얘기가 있다. 스타우트가 아니면 로드리게스 정도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푸방 가디언스 소속 로드리게스는 현재 평균자책점 2위(1.83)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