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통역의 불법 도박과 절도 혐의가 불거졌다. 오타니는 이를 의식했는지 21일 경기 전 그라운드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저스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와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차전을 갖는다. 전날(20일) 1차전은 8회 초 타선이 집중력을 발휘, 5-2로 역전승했다.
그러나 이보다 오타니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혐의가 전해지며 발칵 뒤집혔다.
다저스는 21일 오후 3시경부터 그라운드 훈련을 시작했다. 오타니는 다저스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 그라운드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타니는 미국 현지에서도 경기 전 야외 타격 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진 두 차례 평가전에서도 선발 출장했지만, 경기 전 야외 훈련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정규시즌 첫 경기가 열렸던 전날(20일)에는 그라운드에 나와 스트레칭으로 몸은 풀었다. 그러나 21일에는 그라운드에 스트레칭마저 하지 않았다.
1루측 다저스 더그아웃 앞에는 50명이 넘는 한미일 취재진이 몰렸지만, 마지막까지 오타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서울 시리즈'를 강타한 자신의 통역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절도 혐의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LA타임스는 21일(한국시간) "오타니의 변호인이 그의 통역사를 도박과 대규모 절도 혐의로 고발했다"며 "같은 날 다저스 구단이 그를 해고 조치했다"고 보도했다. ESPN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을 했고,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적어도 450만 달러(60억원)가 송금됐다"고 보도했다.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논란은 한 불법 도박업자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의 이름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오타니 측 변호인이 진상 조사에 나선 결과 이는 미즈하라가 저지른 것임이 알려졌다. 법무법인 웨스트 할리우드의 버크 브레틀러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조사 과정에서 오타니가 절도의 피해자임을 발견했고, 이 사건을 사법 당국에 넘겼다"고 발표했다.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그의 계좌에서 송금했다는 것이다.
미즈하라는 ESPN과의 인터뷰에서 "야구 경기에는 전혀 돈을 걸지 않았다"며 축구,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 등에 베팅했다고 설명했다. MLB 선수와 직원은 합법적인 경로에 한해 야구가 아닌 다른 종목 도박을 할 수 있다. 일본 닛칸스포츠는 "미국에서 스포츠 도박은 40여개 주에서 합법화돼 있다. 그러나 (LA 다저스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법"이라고 전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21일 경기 전 공식기자회견에서 오타니 통역과 관련해 입을 닫았다. 로버츠 감독은 '전날 경기 종료 후 미즈하라가 선수단에 사과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했나' '소식을 듣고 놀랐겠다' '미즈하라가 한국에 있나'라는 취재진의 말에 "죄송하지만 말할 수 없다. 오타니 통역과 관련해 말씀드릴게 전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런 영향인지 다저스의 공식 인터뷰도 취소됐다. 3시 15분부터 예정된 로버츠 감독은 인터뷰를 소화했지만, 다저스 야수 인터뷰(선수 미정)은 진행되지 않았다. 반면 샌디에이고는 마이크 실트 감독과 내야수 타일러 웨이드가 순서대로 인터뷰에 참석했다.
미즈하라는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통역 업무를 맡은 인연으로 오타니의 통역을 맡게 됐고, 2017년 함께 미국으로 갔다. 이후 통역 및 매니저 역할로 오타니의 옆을 그림자처럼 지켜왔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일본 대표팀 통역으로 동행했다. 미즈하라는 서울에도 오타니와 함께 왔다.
미즈하라는 "오타니는 도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나 역시 도박이 불법인 줄 몰랐다. 모두가 알아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