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후 스포츠는 22일(한국시간)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오랜 통역사이자 친구인 미즈하라 잇페이가 자신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오타니의 수백만 달러를 훔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됐다'고 전하며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에서 나온 배경 정보를 연대순으로 정리했다.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만남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오타니는 고교 졸업 후 일본 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한 거물 신인으로 외국인 선수 크리스 마틴의 통역사로 일을 시작한 미즈하라를 만났다. 2018년 니혼햄을 떠나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오타니는 '익숙한' 미즈하라를 통역사로 고용했다. 올겨울 다저스로 이적했을 때도 그의 곁에는 미즈하라가 있었다. ESPN이 밝힌 미즈하라의 연간 급여는 30~50만 달러(4억원~7억원)다.
미즈하라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건 2021년이다. 당시 미즈하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포커 게임을 하다가 도박 업자 매튜 보이어를 만났다. 미즈하라의 도박 인생은 2023년 10월경 연방 수사관들이 보이어의 집을 급습한 뒤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은행 기록에 따르면 2023년 9월과 10월 오타니의 이름으로 보이어의 직원에게 2건, 총액 100만 달러(13억원) 송금이 이뤄졌다. 추정되는 도박 빚만 최소 450만 달러(60억원). 오타니의 돈까지 훔쳐 불법 도박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거론되면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미즈하라는 '보이어를 통한 베팅이 합법적이라고 생각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갑다. ESPN은 '미국에선 스포츠 배팅이 거의 40개 주에서 합법이지만 캘리포니아에선 여전히 불법'이라고 처벌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10년, 총액 7억 달러(9377억원)라는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고액으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미즈하라는 별문제 없이 입단식에도 참석하는 등 '오타니의 입'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물밑에선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지난 1월 연방 당국이 보이어를 수사하다가 오타니의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수사 당국을 통해 관련 사실이 언론에 퍼졌고 결국 21일 미즈하라는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됐다.
ESPN은 '미즈하라는 2018년 이후 더그아웃, 라커룸, 선수 라운지, 미디어 행사 등에서 오타니의 통역을 맡으며 야구팬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쌓았다'며 '경기 중에는 오타니와 함께 스카우팅 보고서를 검토하는 등 둘은 거의 떨어져 있지 않았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심부름을 하고 물통을 나르는 등 항상 곁에 있었다. 동료들은 우정을 넘어선 '형제애'라고 표현할 정도'였다며 이번 사건의 충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