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논란으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통역사 자리에서 해고된 미즈하라 잇페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LA 타임스는 22일(한국시간) '미즈하라는 1984년 일본 북부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1991년 가족과 함께 남부 캘리포니아로 이주했다. 2003년 다이아몬드 바 고등학교 졸업반 때 축구팀 백업 골기퍼였지만 출전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이아몬드 바 고등학교의 켐프 웰스 코치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는 항상 연습에 나와서 열심히 노력했다. 그게 기억난다"고 미즈하라를 회상했다.
미즈하라는 야구를 따로 하진 않았다. 다만 1995년 LA 다저스 노모 히데오의 투구를 보면서 야구 매력에 빠졌다. 미즈하라는 2021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와의 인터뷰에서 "난 노모 열풍의 한 가운데 있었다. 그 이후로 메이저리그(MLB)만 봤다"고 말했다.
2007년 UC 리버사이드를 졸업한 미즈하라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일본인 투수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사로 일했다. 미즈하라와 오타니의 만남은 2013년 일본 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에서 성사됐다. 오타니는 고교 졸업 후 입단한 대형 신인이었고 미즈하라는 그해 미국에서 일본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크리스 마틴을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의 통역사로 활동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미즈하라는 2017년 12월 LA 에인절스와 계약한 오타니가 개인 통역사로 데려갔다. LA 타임스는 '미즈하라는 통역사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오타니와 매일 함께 경기장으로 차를 타고 이동했고 오타니가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전에는 그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종종 함께 운동을 하기도 했다'며 '오타니와 코칭스태프 사이의 연락책 역할을 맡아 감독과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오를 때 동행했다. 새로운 투수가 경기에 등판하면 오타니에게 상대 투수의 아이패드 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보통 미즈하라가 맡았다'고 광범위한 역할을 조명했다.
미즈하라는 지난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년 365일,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보다 더 오래 오타니와 함께한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친해지지 않으면 힘들 거"라고 말했다. 에인절스에서 활동한 첫 1~2년 동안에는 수줍음이 많았지만 이후 달라졌다. 오타니가 MLB에서 놀라운 경력을 쌓아가면서 그도 자신감을 얻었다. LA 타임스는 '미즈하라는 2023년 홈 개막전에서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소개될 때 관중들로부터 오타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박수를 받았다. 그만큼 애너하임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즈하라는 개인 소셜미디어(SNS) 팔로워가 42만1000명에 이른다. 미국 스포즈 전문채널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통역사로 연간 30~50만 달러(4억원~7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MLB 최고 스타의 '입'으로 부와 명예를 모두 다 가질 수 있었지만 스스로 그 기회를 걷어찼다. 미즈하라는 자신의 불법 도박 빚은 갚기 위해 오타니 개인 돈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박 빚이 최소 450만 달러(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