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투수 전미르(19)가 커브로 홈런왕 최정을 잡아냈다. 불펜 난조 속에 2연패를 당한 롯데 자이언츠에 큰 위안이었다.
전미르는 지난 24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개막 2연전 2차전 8회 말에 마운드에 올라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스코어(0-5)는 다소 편한 상황이었지만, 바로 앞 투수 우강훈이 3연속 사사구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상황이라 매우 타이트한 승부를 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미르는 실점을 최소화했고, 삼진으로만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내며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전미르는 첫 타자로 상대한 최지훈에게 초구 볼을 던진 뒤 피치 클록 위반까지 하면 흔들렸다. 이후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구사한 커브를 포수가 포구에 실패하며 폭투로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지만, 이어진 풀카운트에서 150㎞/h 높은 코스 포심 패스트볼(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데뷔 첫 삼진을 잡아냈다.
전미르는 이후 박성한과의 승부에서도 볼넷을 내주며 위기에 놓였지만, 바로 앞 타석이었던 7회 말, 구승민을 상대로 스리런홈런을 쳤던 현역 통산 최다 홈런 기록 보유자 최정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유리한 볼카운트(1볼-2스트라이크)를 만든 뒤 직구를 보여줘 파울을 유도했고, 주 무기 낮은 커브를 결정구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전미르는 2사 뒤 상대한 다른 '거포' 하재훈을 상대로도 초구 슬라이더를 구사한 뒤 3구 연속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3구째 몸쪽 커브에 타자가 몸을 숙이는 동작을 했지만, 스트라이크 콜을 받았을 만큼 움직임이 현란했다.
롯데는 전미르가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한 뒤 맞이한 9회 초 공격에서 6득점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패했다. 이 경기 롯데의 위안은 새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홈런을 친 것과 전미르가 즉시 전력감에 손색 없는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다.
전미르는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이었던 11일 두산 베어스전 9회 초 투구에서도 김대한과 장승현, 김재환 세 타자 모두 커브로 삼진을 잡아냈다. 결정구 완성도가 높은 신인 투수. 그것도 빠른 공이나 체인지업이 아닌 커브로 삼진을 잡을 수 있는 투수라는 게 눈길을 끈다.
전체 3순위로 롯데 지명을 받은 전미르는 1순위 황준서(한화 이글스) 2순위 김택연(두산 베어스)와 함께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