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리는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경기가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개막식 전경이 펼쳐지고 있다. 고척돔=정시종 기자 /2024.03.20.
사상 첫 국내에서 치러진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2024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TV로만 보던 MLB 선수들의 플레이를 국내 야구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 설레는 이벤트였다. 특히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KBO리그 출신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출전하니 더욱 큰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리즈에 앞서 서울시는 24억원을 투자, 개장 9년 차에 접어든 서울 고척스카이돔 시설을 전면 개선했다. MLB 야구장 그라운드 키퍼와 협업해 구장 인조 잔디를 교체했고 색상도 단색에서 두 가지 색의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꿨다. 그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조명도 LED로 전환해 조도 개선을 이뤘다. 이에 따라 향후 조명을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도 가능해졌다. 여기에 원정팀 라커룸, 식당 등 선수 시설도 싹 바뀌었다. 그야말로 고척스카이돔이 환골탈태한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시설 개선에 대한 MLB 사무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1루 홈팀 라커룸은 원래 주인인 키움 히어로즈 구단이 양보해 LA 다저스가 사용했다. 새롭게 단장한 3루 라커룸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단이 차지, 연습경기 파트너로 나선 팀 코리아나 LG 트윈스, 키움 선수들은 사용할 라커룸이 없어 지하 대회의실로 내려갔다고 한다. 그런데 지하 대회의실에는 사물함(라커룸)이 부족해 바닥에 가방을 놔둬야 했다.
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리는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G 트윈스가 스페셜 매치를 펼쳤다. 경기 종료 후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LG 선수들과 만나고 있다. 고척돔=정시종 기자 /2024.03.18.
연습과 경기 사이 쉬는 시간에 휴식도 여의치 않았다. 선수들은 샤워도 하지 못하고 케이터링 업체(음식 서비스)의 입장이 허락되지 않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지하로 내려가야 하니 어려움을 호소한 선수들도 있었다. 과거 서울 잠실야구장은 원정팀 사용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악명 높았다. 라커룸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일부 고참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복도 바닥에 일렬로 가방을 내려놔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종전 잠실야구장 원정팀 선수단 사용 공간 못지않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 것이다.
팀 코리아는 KBO리그 대표팀이고 LG와 키움은 서울시 연고 구단이다. 서울시가 호스트로 손님맞이를 빈틈없이 한 건 감사할 따름이다. 만약 팀 코리아를 비롯한 국내 선수들에게도 같은 배려를 해줬다면 더 많은 찬사를 받았을 거다. 라커룸 대체 시설로 이용한 지하 대회의실에 선수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을 임시방편으로라도 설치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고척스카이돔의 인조 잔디와 조명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지만 반영이 되지 않았다. MLB 서울 시리즈 덕분에 해결됐으니, 앞으로 MLB 구단이 한국을 자주 방문해야 할 거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그만큼 환골탈태한 고척스카이돔은 훌륭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의 대우 문제는 옥에 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