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결과 못지않게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의 '과제 이행력'을 높이 평가했다.
엔스는 지난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개막전 한화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 2실점을 기록,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KBO리그 데뷔승과 함께 기분 좋게 출발했다.
썩 만족스러운 투구는 아니었다. 6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낸 주자만 10명이다. 상대의 도루, 번트 작전 실패 등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개막전에서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엔스였다"며 "외국인 선수에게 첫 경기는 한국 야구 적응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엔스가 엄청난 위기를 맞았지만 결과가 잘 나와서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미국과 일본 야구를 경험한 엔스에게 총액 100만 달러를 투자, 에이스 역할을 기대한다.
엔스는 23일 경기서 포심 패스트볼-컷 패스트볼-커브 순으로 많이 던졌고, 체인지업도 간간히 섞었다.
염경엽 감독은 엔스의 체인지업에 주목한다. 염경엽 감독이 한국 무대에서 엔스의 성공 조건으로 꼽은 기준이기도 하다. 염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엔스의 커브와 컷 패스트볼(구단은 슬라이더로 분석)의 각도가 나쁘지 않다. 체인지업 구종 가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많이 던져야 한다"고 과제를 내줬다. 그러면서 "체인지업의 완성도만 더 올리면 엔스가 훨씬 위력적인 투수가 될 것이며, 15승 이상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엔스는 KBO리그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 체인지업 구사율이 10% 내외(스포츠 투아이 6.7%, 스탯티즈 10.1%)였다. 타순이 한 바퀴 돌자 초구에 체인지업을 구사했다. 염 감독은 구종 가치나 피안타율을 떠나 이런 자세를 높이 봤다. 염 감독은 "투수는 자신의 구종에 자신이 없으면 불안하니까 던지지 않으려고 한다"며 "엔스의 체인지업 완성도가 아직 높진 않다. 그래도 자신의 피칭 디자인을 만든 뒤 체인지업을 10% 내외로 구사했다. 이런 도전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하고, 발전 가능성을 내다봤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며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엔스는 벤치의 숙제를 마운드 위에서 옮기려고 노력한다.
염경엽 감독은 "팬들이나 상대 팀에 1선발로 어떤 모습, 기대감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첫인상이 한 시즌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시범경기보다 구속이 3~4㎞ 올라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