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유튜브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유튜브가 대세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시청 환경이 급격히 변화됐다. 이러한 흐름에서 방송사가 가장 타격을 입고 있다. 이제는 방송사들도 유튜브를 경쟁자로 여기기보단, 유튜브가 바꾼 시청 환경에 적응하는 동시에 역으로 유튜브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 부단히 애쓰고 있다.
유현재 서강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27일 “방송사와 유튜브가 경쟁을 벌인 지 오래됐으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유튜브에 맞춰지고 있다는 현실을 방송사들이 인정한 것은 최근”이라며 “이제는 방송사가 ‘유튜브의 룰’을 따르고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튜브 통해 화제성 잡아라…바이럴 마케팅도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방송사들이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시청 환경이 급변하면서 시청률 두 자릿수를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니 유튜브를 이용해 프로그램 화제성을 먼저 잡으려는 시도들도 늘고 있다. 본방송 외에 비하인드 영상 등을 숏폼으로 만드는 등 유튜브용 영상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를 통한 광고 수익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본방송 프로그램과 별도로 유튜브용 영상을 제작하는 데는, 방송사와 프로그램마다 극과 극이다. 방송사에 본방송에서 파생된 유튜브용 영상을 제작하는 전문 팀이 꾸려져 있는 곳이 있는 반면 본방송 제작진이 시간을 쪼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재현 KBS2 ‘개그콘서트’ PD는 “제작진이 스스로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하는 게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해 자체 운영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쉽지 않다”며 “더 많은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싶지만 시청자의 니즈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방송사 프로그램들의 공식 유튜브 영상을 띄우기 위해 바이럴 마케팅을 활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바이럴 마케팅 관계자는 “바이럴 마케팅이 모든 영상의 조회수를 폭발적으로 늘려주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붐업은 가능하다. 이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의 인기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며 “바이럴 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튜브 맞춤형 콘텐츠 제작 가속화
방송사 제작진은 본방송 프로그램을 단순히 유튜브용으로 편집해 공개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본방송 프로그램은 기획 단계부터 기존 방송 시청 환경에 맞춰진 터라 유튜브 맞춤형 콘텐츠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이에 따라 방송사들도 처음부터 유튜브 맞춤형 기획과 제작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변화된 흐름에 발 맞추려는 생존 전략이자 새로운 수익 구조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다.
실제 방송사들이 성과를 낸 몇몇 사례도 있다. 플라이투더스카이 브라이언의 청소 콘셉트로 화제를 모은 ‘청소광 브라이언’은 MBC 산하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스튜디오가 제작했다. 27일 기준 한 편당 평균 400만~500만 뷰를 기록하고, 이날까지 업로드된 18개 영상의 총 조회수는 2500만 뷰를 넘었다. TV시리즈 파일럿이 유튜브 콘텐츠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SBS 디지털뉴스랩 ‘문명 특급’, KBS 스튜디오K의 ‘구라철’, ‘리무진 서비스’ 등은 유튜브 맞춤형 기획과 출연자들을 내세워 눈길을 끌고 있다. ‘나나투어 with 세븐틴’처럼 tvN 방영분은 예고편처럼 짧게 만들고, 본편은 온라인 팬플랫폼 위버스에 유료로 공개한 사례도 있다.
최근 급격한 광고 감소 등으로 방송사들도 어려움을 겪다 보니 유튜브를 이용해 활로를 모색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용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출연자와 수익 셰어를 도모해 실패의 위험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도 한다. 기존에는 방송처럼 출연자들에게 일정한 출연료를 지급한 반면 이제는 출연료 대신 향후 PPL, 조회수 등에 따라 수익 셰어를 하는 방식도 기획 중이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방송사에서 인기를 끌 만한 연예인과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자는 제안이 온다”며 “현재 방송사들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유튜브라는 대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기존 방식 대신 유튜브 방식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