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프로야구 LG트윈스와 한화이글스의 시즌 개막경기가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1사 후 류현진이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KBO리그 다크호스 1순위다. 다름 아닌 KBO리그 출신 최고 스타 류현진(37)이 복귀해서다. 지난 11년 동안 메이저리그(MLB)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사이영상 투표에 두 차례나 이름을 올린 그가 합류한 만큼 선발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기대가 따랐다.
하지만 류현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야구다. 한화는 이미 류현진과 함께 최하위를 세 차례(2009, 2010, 2012)나 경험했다. 특히 2010년과 2012년은 류현진이 각각 평균자책점 1.82, 탈삼진 210개를 기록하며 개인 커리어하이를 썼던 해였다. 물론 2012년 9승에 그치는 불운은 있었지만, 대부분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라면 한화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류현진이 나서지 않는 경기에서 성적이 처참했다. 당시 한화의 승패 전적을 두고 '류패패패패'라고 비유한 이유다.
그런데 올해 시작은 조금 다르다. 한화는 27일 인천 SSG 랜더스전까지 3승 1패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이 등판한 개막전을 진 후 3연승을 달리고 있다. 2선발 펠릭스 페냐가 24일 LG 트윈스전에서 6과 3분의 2이닝 2실점 호투해 승리하더니 26일 김민우(5이닝 무실점) 27일 리카르도 산체스(5와 3분의 2이닝 1실점)도 연달아 호투로 선발승을 가져갔다.
그런데 정작 류현진이 승리를 못 가져왔다. 류현진은 앞서 23일 LG와 시즌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3과 3분의 2이닝 5실점(2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실책이 나와 내준 실점은 어쩔 수 없으나 전매 특허인 탈삼진이 한 개도 없는 날이었다.
2024 프로야구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2회 류현진이 선발 등판을 앞둔 문동주와 기록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류현진은 24일 이에 대해 "경기 초반에 직구는 좋았는데 마지막 이닝에 다소 가운데로 몰렸다. 또 변화구 제구력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그는 "결국 제구력이 중요하다. 아무리 150㎞를 던져도 한국 타자들의 콘택트 능력이 있어 소용 없을 거 같다. (지난해 팀 타율 1위 LG의) 선수들이 계속 타석에 바짝 붙어 콘택트에 신경쓰는 느낌이었다. 제구와 코너워크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예방주사 한 방 맞은 느낌이라 생각하고 다음 경기 잘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류현진도 오랜만의 등판에서 자신의 위용을 선보이고 싶었을 텐데 아쉽더라"면서 "평소 다양한 구종과 코스로 승부하는 유형인데 어제는 빠른 공, 특히 좌타자 몸쪽 승부를 많이 펼쳤다. 상대 타자 성향을 분석해서 반대로 풀어간 게 오히려 악수였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은 피안타 6개 중 5개가 직구를 맞은 것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후 투구 영상을 다시 찾아보니 류현진의 평소 커맨드는 아니었다. 우리 선수들이 류현진의 많은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2024 프로야구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7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6회말 1사 1,2루 산체스가 한유섬을 삼진으로 잡아낸 후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2024 프로야구 SSG랜더스와 한화이글스의 경기가 26일 오후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렸다. 5회말 2사 1,2루 박성한을 내야땅볼로 처리한 김민우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인천=김민규 기자 mgkim1@edaily.co.kr 물론 류현진의 제구가 시즌 내내 흔들릴 것이라고 예측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류현진의 부진은 아직까진 '해프닝'에 가깝다. 주목할 건 류현진 외엔 아무도 믿을 수 없던 한화 선발진이 3경기 연속 호투, 그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갖추고 팀의 순위 싸움을 이끌고 있다는 부분이다. 투구 내용도, 구위도, 이닝 소화까지도 준수했다. 더 이상 류현진 혼자서 야구하는 팀이 아니라는 걸 한화 선발진이 증명 중이다.
'류패패패패' 시절을 완전히 지워내려면 마지막 한 조각, '신인왕' 문동주가 오늘(28일) 제 몫을 해야 하다. 문동주는 2년 차인 지난해 최고 160.1㎞/h 강속구를 던지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고 신인왕을 수상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도 출전해 대표팀 주축 선발 투수로 활약했다.
올해는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스페셜 매치 등판 탓에 투구 수 조절이 늦어졌지만, 최원호 감독은 "22일 퓨처스(2군)리그 등판을 잘 마쳤다"고 설명한 바 있다. 문동주까지 승리 행진을 이어간다면, 그때는 정말로 완벽한 선발진을 자부할 수 있다. 그러면 한화도 조금 더 큰 꿈을 꿀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