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의 통합 4연패, 새 역사를 눈앞에 둔 '토종 에이스' 정지석(29·대한항공)에겐 만족이란 없다. "나도 우승이 간절하다"라고 외친 그는 역사상 최고의 멤버와 함께 새 역사를 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3선승제)에서 이미 2승을 먼저 거뒀다. 1승만 더 하면 우승이다. 정규시즌 막판 극적으로 1위에 오르며 챔프전에 직행한 대한항공은 V리그 남자부 역사상 최초의 '통합 4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항공이 우승하면 2011~12시즌부터 3연패를 해냈던 '삼성화재 왕조'를 뛰어넘다.
'토종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의 활약이 컸다. 지난달 29일 열린 OK금융그룹과 챔프전 1차전에서 팀 내 최다인 31득점을 쓸어 담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챔프전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2.22%(18시즌 중 13차례)로, 정지석이 팀의 통합 4연패 확률 72%를 견인했다. 정지석은 지난 31일 열린 2차전에서도 10득점 하며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다.
정지석은 정규시즌을 앞두고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전반기 대부분을 결장했다. 복귀 후에도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교체되는 일이 잦았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링컨 윌리엄스)의 부상 이탈과 정지석의 부진과 맞물려 어려운 시즌을 보냈다.
다행히 1위를 질주하던 우리카드가 시즌 막판 2연패로 미끄러지면서 대한항공이 챔프전에 직행했다. 대한항공은 챔프전 직전 교체 영입한 새 외국인 선수(막심 지가로프)와 호흡을 맞출 시간을 벌면서 정지석이 컨디션을 끌어올릴 여유도 챙겼다. 체력과 컨디션을 모두 충전한 정지석은 챔프전에서 펄펄 날았다.
대한항공의 통합 3연패, 국가대표까지 지낸 그의 경험은 큰 경기에서 빛났다. 1차전 후 정지석은 "큰 경기여서 몰입도가 높았다. 긴장도 됐지만, 경기력을 내는 데 좋은 원동력으로 삼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OK금융그룹) 분석을 진짜 많이 했다. 플레이오프 경기를 계속 돌려보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많이 한 것이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다.
정지석은 팀의 3연패는 물론, 2020~21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석권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정지석은 "여전히 난 우승에 간절하다. 한선수(39) 형과 곽승석(36) 형들이 더 간절하지 않을까. 언제 이런 멤버들과 함께 배구하겠나. 최고의 멤버가 있을 때 많은 우승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 형들을 위해, 나를 위해 이번에도 꼭 우승하고 싶다"라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