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을 왜 정치적으로 보려고 하나 싶어요.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역사인데 말이죠.”
배우 김규리가 5.18민주화운동 소재의 영화 ‘1980’에 대해 정치적 영화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작품은 작품으로 봐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980’ 김규리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1980’은 서울의 봄이 오지 못한 파장으로 한 가족에게 들이닥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왕의 남자’, ‘강남 1970’, ‘사도’, ‘안시성’ 등에서 미술감독으로 잔뼈가 굵은 강승용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1980’ 개봉에 대해 “덤덤하다”고 운을 뗀 김규리는 “몇 번 개봉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개봉하나?’ 싶었는데 매번 안 돼서 잊고 지냈다. 내가 개봉시키는 게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전시가 있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더라. ‘설마 하겠어?’ 했는데 이번엔 진짜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1980’은 1980년 5월 17일 전남도청 뒷골목에 중국 음식점을 개업한 철수네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그린다.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지 5개월 후 그 여파가 평범한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담아냈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1980’을 정치적 영화로 보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김규리는 “왜 정치적으로 보려고 하나 싶다. 우리들의 이야기이고 역사인데”라며 “소시민이 겪은 일들이 전개되는 만큼 그냥 이야기로 봐줬으면 한다. 작품은 작품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김규리가 연기한 철수 엄마는 전남도청 뒷골목에 개업한 중국 음식점 맏며느리다. 임신한 채로 가족을 돌봐야 하지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인물이다. 김규리는 “임산부를 이해하기 위해 복대를 착용하고 시간을 보냈다. 허리가 아팠는데 내가 이런 감정을 모르니까 일부러 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에서 우는 장면이 많다. 원래 우는 건 감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때 사람들이 어떤 걸 느꼈을까’를 생각하면 눈물이 쏟아지더라. 그런 눈물은 한 번 밖에 안 나오니까 촬영장에 가 카메라 앞에서 모두 쏟아냈다”고 덧붙였다.
김규리는 “영화에서 참 많이 운다. 촬영하며 ‘나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위로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가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고 미소 지었다.
김규리는 극 중 모자 호흡을 맞춘 송민재를 칭찬하기도 했다. 김규리는 “극 중 철수(송민재)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사실 그날 촬영하는 날이 아니었는데 변동이 생겨 당겨서 촬영하게 됐다. 둘 다 대사는 외운 상태였지만, 연기를 하기 위한 준비는 안 된 상태여서 현장에서 대사를 맞췄다. 그때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송민재가 잘 따라와줘서 고마웠다. 그 촬영 끝나고 끌어안았다. 집중력을 안 잃고 연기하는 게 너무 기특하더라”라고 칭찬했다.
마지막으로 김규리는 ‘1980’을 향한 관심을 당부했다. 김규리는 “극장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지 않나. 그걸 끝까지 봐준다면 가슴에 무언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