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6연패에 빠졌다. 홈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만 속절없는 4연패를 당했다.
매 경기 홈런이 희비를 갈랐다. 29일 홈 개막전에선 SSG 랜더스가 1회 최지훈의 선두타자 홈런과 한유섬의 3점 홈런으로 쐐기를 박았고, 31일 경기에선 연장 11회 초에 터진 전의산의 솔로포로 SSG가 승리를 거뒀다. 2일 키움 히어로즈전 결승타도 로니 도슨이 4회 작렬한 2점 홈런이었다.
반면 삼성의 홈런포는 번번이 침묵했다. 쫓아가야 할 때 장타가 터지지 않았다. 29일 김영웅의 2점포와 구자욱의 솔로포, 31일 SSG전 데이비드 맥키넌이 쏘아 올린 추격의 솔로포를 제외하고는 홈런이 없었다. 만루 기회를 여러 번 4경기에서 홈런 세 방으로 4점을 올리는 동안 삼성은 6개의 홈런을 얻어 맞으면서 패했다. 홈런으로만 9점을 내줬다. 아직 4경기뿐이지만 홈런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 모습이다.
삼성은 지난겨울 홈 구장 담장 펜스 높이를 조정하는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으로,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공개한 ‘홈런 파크팩터(구장별 투·타의 홈런 유불리를 나타내는 지표)’에 따르면, 라팍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타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리그 1~2위를 꾸준히 기록해 왔다. 삼성의 홈런 마진도 2016년 개장 이후 대부분의 시즌 동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담장을 높혀 피홈런 개수를 낮추자는 의견이 나왔다. 삼성의 A 선수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홈런이 아닌 타구가 홈런이 된다. 라팍은 홈이지만 투수들에게 정말 부담이 되는 곳”이라면서 “담장을 높이거나 담장과 홈 플레이트의 거리를 늘리면 좋을 것 같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타 구단 베테랑 투수 B도 “홈런을 정말 많이 신경 써야 하는 구장”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기존 3.6m의 담장을 그대로 두기로 결정했다. "타자들이 홈런을 더 많이 치면 된다"는 야수의 의견에 따라 담장 높이를 조정하지 않았다. 펜스를 높이면서 발생할 관중의 시야 제한과 입장 수익 감소도 함께 고려했다. 하지만 축제가 될 홈 개막전에서 홈런 대신 피홈런만 더 많이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팀 홈런은 5개로, 10개 구단 중 세 번째로 적은 홈런을 쏘아 올렸다.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가 4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 새로 팀에 합류한 주축 투수들이 뜬공형 투수(코너 시볼드, 김재윤, 임창민 등)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대로라면 올 시즌 라팍의 홈런 마진은 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홈 구장인데도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삼성엔 라팍에서 홈런을 때려낸 타자가 두 명밖에 없다. 맥키넌은 출산 휴가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운다. 김영웅과 구자욱만 올 시즌 라팍에서 손맛을 봤는데, 아직 3~6번 중심 타선에서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다. 강민호와 오재일, 김동엽 등 기존의 홈런 타자들이 더 힘을 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