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백업 내야수 구본혁은 연장 11회 말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고서도 사뭇 아쉬운 감정을 표현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구본혁은 지난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 경기에서 4시간 17분 혈투에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었다. 통산 타율 0.176의 구본혁이 프로 데뷔 6년 만에 처음 기록한 끝내기 순간.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동료들의 격한 축하가 쏟아졌고, 구본혁은 온몸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구본혁은 경기 뒤 "꿈에 그리던 장면"이라고 해맑게 웃었다. 이내 "기분이 별로 좋진 않다"고 덧붙였다.
머릿속에 그려오던 완벽한 끝내기의 장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본혁은 "끝내기 상황에서 행운의 안타가 나왔다. 내가 상상해 온 끝내기 타구는 아니었다. 이왕이면 멋있는 타구를 날리고 싶었는데, 단지 결과만 좋았던 거 같다"고 쑥스러워했다.
구본혁의 빗맞은 타구는 절묘한 코스에 떨어져 끝내기로 이어졌다. 구본혁이 연장 11회 말 1사 2, 3루에서 친 타구가 1루수 키를 넘어 우선상 파울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구본혁도, 벤치도, 관중도 모두 안타나 파울, 뜬공 아웃을 짐작할 수 없는 타구였다. 구본혁은 "타구가 떴을 때 '큰일났다' 싶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좀 멀리 치니까 우익수 (박)건우 형이 굉장히 뒤에 있더라"며 "상대 수비 위치를 보고 '이제 됐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기대했던 짜릿한 끝내기의 순간은 아니었지만, 구본혁은 '자신감'과 '믿음'을 확인했다.
구본혁은 내야 백업 1순위다. 2019년(2차 6라운드) 입단 첫해부터 대수비, 대주자로 활약했다. 구본혁은 2019~21년 305경기에서 238타석을 소화했다. 수비력에 비해 타격이 떨어져 출장 경기 대비 타석 소화가 적은 편이었다. 구본혁은 상무 야구단에서 하체를 이용한 타격 기술을 터득하고 지난해 11월 전역했다.
염경엽 감독은 "구본혁이 올 시즌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주전 내야수의 체력 보강 및 컨디션 조절 차원과 동시에 왼손 투수에 대비한 오른손 타자 구본혁의 경쟁력을 키워고 싶어서다. 구본혁의 타격 향상을 확인한 후에 내린 결정이다.
구본혁은 이날 연장 10회 초 대수비로 출전했고, 연장 11회 말 첫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야수 엔트리가 두 명 남아 있더라. 아마도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대타로 교체됐을텐데"라며 "몇 년 전에는 행운의 안타만 나와도 기뻐했다. 지금은 타구의 질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비형 내야수였던 그는 상무 야구단 전역 후 첫 시즌인 올해 타율 0.385(13타수 5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확실히 타격에 자신감이 생겼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며 "타격이 뒷받침돼야 경기 출장이나 기회가 늘어날 것 같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 좋은 타격을 계속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