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CC가 2023~24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에서 가장 주목할 팀으로 떠올랐다. 호화 라인업을 구성하고도 정규리그 5위에 그쳤던 KCC는 6강 PO(5전 3승제)에서 상위팀(4위) 서울 SK에 완승으로 2연승을 거두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KCC는 지난 6일 열린 6강 PO 원정 2차전에서 99-72로 이겼다. 1차전은 81-63 승리였다. 역대 기록을 기준으로 6강 PO 1, 2차전을 연속으로 이긴 팀은 100% 4강에 올랐다. KCC는 4강행에 단 1승만 남겨뒀다.
KCC는 허웅, 송교창, 최준용, 이승현, 라건아까지 국내 선수 라인업이 국가대표 주전급이다. 외국인 선수 알리제 드숀 존슨은 미국프로농구(NBA) 경력자다. KCC는 올시즌 개막 직전만 해도 ‘슈퍼팀’으로 불리며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정규리그에서 KCC는 고전했다. 송교창과 최준용, 라건아가 부상을 당했다. 그 와중에 공격에 일가견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은 유기적인 팀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팀 평균득점(88.6점 전체 2위)은 높았지만, 평균득점 20점의 확실한 해결사가 없어 집중력이 부족해 보였다. 팀은 5할을 조금 넘긴 승률 0.556(30승 24패)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그런 KCC가 단기전이 되자 완전히 달라졌다. 전창진 KCC 감독은 6강 1차전을 앞두고 “주전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면서 체력 안배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 SK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여유가 묻어나오는 어리둥절한 예고편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이게 KCC의 반격 카드였다.
KCC는 PO 2경기에서 허웅, 송교창, 최준용, 드숀 존슨이 모두 정규리그에 비해 출전시간이 줄었다. 1, 2차전 모두 KCC 선수 전원이 30분 이하로 뛰었다. 드숀 존슨의 경우 정규리그 평균 19분에서 PO 12분으로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잦은 교체가 이뤄지면서 선수들이 체력을 아끼는 것은 물론이고, KCC는 몇 분 단위로 주 공격 선수가 바뀌어 완전히 다른 여러 개의 팀으로 상대팀을 만나는 듯한 흥미로운 장면을 보여줬다. SK는 KCC의 이런 로테이션에 맞춰 효과적인 수비를 하지 못했다.
로테이션의 장점은 또 있다. 전창진 감독은 “PO에서는 선수들에게 이타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이타적이라는 건 공격에 욕심을 줄이라는 것보다도 공을 잡고 있는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슈퍼팀’ KCC는 주전 멤버들이 모두 투입됐을 경우 서로 공을 소유한 시간이 길어져 팀플레이에 어려움을 겪는 게 약점이었다. PO 들어 KCC가 주전 선수 일부를 아예 빼버리면서 팀을 운용하자 오히려 유기적인 플레이가 살아나고 있다. 또한 특급 포인트가드가 없어 산만해 보였던 KCC는 PO 들어 공을 운반하고 뿌려주는 포인트가드 역할을 선수 전원이 나눠서 수행하면서 팀 플레이를 더 살리고 있다.
KCC의 ‘슈퍼 로테이션’에는 특징이 또 하나 있다. 수비에 집중해야 할 선수에게는 오히려 더 긴 시간을 주고, 다른 투입 선수들도 수비에서 역할을 더 늘렸다는 것이다.
라건아는 주전 중 유일하게 PO에서 출전시간이 늘어났다. 6강 PO에서 라건아는 SK의 주득점원 자밀 워니를 막는다. 아시안쿼터 선수 캘빈 제프리 에피스톨라 역시 출전시간이 크게 늘었는데, 그는 워니 수비를 돕는데 알토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로테이션 시스템 아래서는 공격에서도 업그레이드된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허웅과 정창영 역시 수비에서 확실한 롤을 부여받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전창진 감독이 1차전에서 워니를 14점으로 묶은 후 “올시즌 처음으로 수비 잘 해서 이긴 경기”라며 만족한 것도 로테이션과 수비 집중 전략이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KCC가 4강에 진출한다면, 정규리그 우승팀 원주 DB와 만난다. KCC의 기세가 살아나면서 4강에서 격돌할 경우 DB의 낙승을 점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벌써부터 나온다.
송교창은 PO 2연승 후 "아직 '슈퍼팀'이라는 별명을 증명하기엔 이른 것 같다. 파이널에 가서 우승 반지를 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