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발 남았다. '소년 장사' 최정(37·SSG 랜더스)이 프로야구 '홈런 역사'에 근접했다.
최정은 지난 주말 수원 KT 위즈 원정에서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다. 3연전 모두 멀티 히트로 안타 6개를 기록했는데 이 중 3개가 홈런이었다. 특히 지난 14일 경기에선 연타석 대포를 가동, 개인 통산 465·466호 홈런을 연거푸 쏘아올렸다. 이로써 이승엽 두산 베이스 감독이 보유한 KBO리그 역대 최다 홈런 기록(467개)에 1개 차이로 근접했다.
현장에선 "역시 최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최정은 지난 11일 인천 키움 히어로즈전을 결장했다. 감기 몸살이 심해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오는 등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12일 KT전에 복귀, 1회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려냈다.
SSG로선 최상의 시나리오다. 최정의 최다 홈런 기록이 홈구장(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쓰이길 내심 바랐는데 16일부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 상대 홈 6연전을 치른다. KT전 몰아치기로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SSG 구단은 최정의 대기록을 맞이할 준비로 바쁘다.
최정의 홈런은 꾸준함이 만든 결과다. 2005년 데뷔한 최정은 주전으로 도약한 2006년부터 KBO리그 역대 최장인 1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2016년부터 8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30대 중반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지만 철저한 몸 관리로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를 비껴갔다.
강병식 SSG 타격 코치는 "최정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훈련량이 많다. (모든 과정을) 성실하게 소화해 낸다"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은 최정을 두고 "워낙 부상도 없고 스윙이 예쁘다"며 "우타자로 굉장히 긴 폴로스루를 갖고 있다. 체구(키 1m80㎝·몸무게 90㎏)가 우락부락한 스타일이 아닌데 (빠른) 스윙 스피드와 공에 맞을 때 힘을 잘 전달하는 타입"이라고 평가했다.
최정은 개막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기록이) 막상 다가오면 부담이 될 수 있다. 계속 기록을 의식하면 혹시 페이스가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정은 8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한 지난해 19번째 홈런을 터트린 뒤 한 달 넘게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2012년에도 아홉수에 걸려 고생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결과가 어떨지 관심이 쏠렸지만, 끄떡없다. 오히려 기록에 근접할수록 홈런 페이스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
최정은 "최다 홈런 기록을 신경 쓰지 않을 순 없지만, 타석에서 홈런이 아닌 안타를 치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시즌 전 기록을 빨리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목표에 다가서니 긴장감이 다소 있다. 냉철한 마음가짐으로 지금 페이스를 유지해 기록 달성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