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KBO는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NC 다이노스전에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관련 담합을 시도한 이민호·문승훈·추평호 심판위원을 직무에서 배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문승훈 주심은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상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공을 볼로 오인해 잘못 판단했는데 이후 NC 측 항의가 들어오자 3심(실제로는 4심)이 모여 입을 맞추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담합의 발단이 된 '스트라이크 콜 사인 오류'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문제였다. ABS 시스템에서 심판은 인이어로 판정 내용을 들은 뒤 그대로 선언만 한다. 변수는 소음이다. ABS를 시험 운영 중인 미국에서는 관중 응원 소리가 크면 주심이 판정 결과를 정확히 듣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14일 경기가 열린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는 응원 앰프 소리가 유독 큰 구장이다. 사건 직후 현장 관계자는 "문승훈 주심이 소리를 잘 못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KBO는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ABS 수신 혼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뒤늦게' 신설한 셈인데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식 대처다.
미국은 ABS를 수년째 테스트 중이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지만 메이저리그(MLB) 도입 시점은 물음표다. 현장에서 거론하는 여러 문제점을 모두 수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AP 통신은 'ABS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귀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을 조화시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선수가 스윙을 해도 ABS 시스템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면) 볼이라고 외친다'고 전했다. 상황에 따라 심판이 볼카운트를 헷갈릴 수 있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ABS는 선수 신장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진다. 이를 두고서 미국에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타격 자세에 따른 보정이 되지 않는 점 때문에 프로야구 현장에서도 적지 않은 선수들이 관련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타자는 "ABS 선을 끊어 버리고 싶다"며 억울해했다.
KBO는 올해 투구와 타격 시간 등을 제한하는 피치 클록을 도입할 계획이었다. 당초 전반기 시범 운영 뒤 후반기 정식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는데 현장 반발 탓에 내년 시즌 정식 도입으로 한발 물러섰다. 당시에도 준비 미흡이 지적됐다. ABS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모든 게 너무 빠르다. 문제점이 뭔지 확인하고 시작해도 될 텐데 충분한 논의의 시간이 있었나"라고 되물었다. 3월 이사회에서 ABS 평가를 유보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4월 말까지 경기를 지켜보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