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의 가장 큰 재미는 매 시즌 바뀌는 빌런을 보는 맛에 있다. 주인공 마석도(마동석)에게 유일하게 주먹을 날릴 수 있는 악(惡)의 존재는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자 해당 시리즈의 정체성으로 기억된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범죄도시4’의 그 주인공은 배우 김무열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일간스포츠와 만난 김무열은 “1편을 보면서 ‘나도 뭘 맡았으면 재밌게 잘했을 텐데’ 했던 기억이 있다. 4편 제안이 왔을 때도 그 자신감은 여전했다”고 합류 소감을 전했다.
김무열은 ‘범죄도시4’에서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이끄는 용병 출신 빌런 백창기를 열연, 윤계상(‘범죄도시’), 손석구(‘범죄도시2’), 이준혁(‘범죄도시3’)을 능가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캐릭터를 빚어내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무엇보다 백창기는 “행동은 분명한데 속은 알 수 없는” 인물이라 그려내기가 막막했다. 김무열은 “결과물을 보고 나니 그간의 빌런들과 달리 악과 분노를 최대한 감추는, 가장 이성적으로 위기를 넘어가는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백창기는 누구보다 생존에 최적화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혹 전편의 빌런들과 비교선상에 있어 두렵지 않았느냐는 우문에는 “다르게 생각하면 제게는 그만큼의 데이터가 있었던 것”이란 현답이 돌아왔다.
“앞선 빌런들에 매몰되기보단 그걸 활용하려고 했어요. 좋은 건 가져가고 제가 보기에 단점이라 느낀 건 배제하면서 영리하게 해보려고 노력했죠. 그러면서 새로 합류한 배우, 기존 배우 상대와의 호흡을 더 많이 생각했고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 고요하게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게 된 듯해요.”
주를 이루는 액션신은 예상외로 수월했다. 액션감독 출신으로 ‘범죄도시’ 시리즈를 지켜왔던 허명행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모든 촬영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덕이다. 또 20대 때 우연히 익혔던 필리핀 무술 칼리 아르니스가 백창기만의 단검 액션을 완성하는데 도움이 됐다. 칼리 아르니스는 맷 데이먼이 ‘본’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일종의 검술이다.
“실제로 정글도라고 긴 칼을 두 손에 잡고 하는 무술인데 그때 단검을 쓰기도 해요. 그래서 잘 다루진 못해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죠. 또 ‘범죄도시4’ 촬영 전에 넷플릭스 ‘스위트홈’ 시리즈를 찍었는데 그때 제 캐릭터가 현직 특수부대원이라 근접 격투를 배웠거든요. 의도치 않게 그거까지 맥락이 잘 맞았죠.”
액션신 중에서도 특히 신경을 쓴 건 마지막 비행기 결투신이다. 김무열은 “매 시리즈 엔딩에서 마석도가 빌런을 때려 기절시킬 때 통쾌함이 있다. 난 항상 그 바로 직전 빌런의 한마디, 표정이 오래 남았다”며 “이번에도 관객들에게 그런 여운이 남길 바랐다”고 했다.
“전 폭력에 중독된 백창기가 마지막 일격을 당하기 전, 재미를 느꼈을 거로 생각했어요. 백창기는 그간 너무 많은 상황을 겪어서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는 거에 감정의 치우침이 없죠. 근데 그 상황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때 지은 웃음은 마석도를 비웃는 게 아닌, 재미에서 온 진짜 웃음이었죠. 그 웃음을 마석도가 통쾌하게 때려 부숴주길 원했고요.”
김무열은 요즘 지인들의 반응을 보며 영화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진행됐던 ‘범죄도시4’ VIP 시사회는 관심을 표하는 이들이 너무 많아 초대권이 모자랄 정도였다고. 하지만 정작 1000만 돌파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워낙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하니까 오히려 자세를 더 낮추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전 이 작품으로 이미 성공을 거뒀어요.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도 새롭게 알게 된 사람도 많았는데 누구 하나 모난 사람이 없었죠. 서로 돕고 먼저 나섰어요. 언젠가 뒤풀이에서 누가 ‘행복했다, 더 즐기지 못한 게 후회될 뿐’이라고 했는데 크게 공감했죠. 그만큼 함께했다는 것 자체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