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실점으로 처절하게 무너졌던 모습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웨스 벤자민(31·KT 위즈)이 그에게 최악의 경험을 안겼던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완벽한 설욕전을 펼쳤다.
벤자민은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11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5.46에서 4.50까지 크게 떨어졌고 시즌 3승 요건도 갖췄다. 이날 투구는 말 그대로 데뷔 후 최고투였다. 8이닝도, 11탈삼진도 모두 개인 최다 타이기록이었다.
벤자민에게 한화는 KBO리그 데뷔 후 최악의 기억을 안긴 상대였다. 그는 앞서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한화와 올 시즌 처음으로 마주했다. 결과는 3이닝 11실점.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당시 연승가도를 달리던 한화는 물 오른 타선의 타격감을 바탕으로 벤자민을 두들겼다. 2022년 대체 외인으로 KT에 와 팀의 왼손 에이스로 자리 잡았던 그였기에 충격적인 부진이었다.
다시 한화와 만난 벤자민의 모습은 이전과 180도 달랐다. 이미 조짐이 있었다. 벤자민은 한화전 패전 후 세 경기에서 모두 완벽투를 펼쳤다. 2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3실점만 내줬다. 특히 지난 1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8이닝 동안 1피안타 2사사구만 내주며 퍼펙트 게임까지 도전하는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물이 오른 상태에서 다시 한화와 만난 벤자민은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1회 요나단 페라자에게 솔로홈런을 내줬지만, 그뿐이었다. 이후 범타 릴레이가 이어졌다. 한화는 페라자의 홈런 후 6회 이재원이 안타를 칠 때까지 14타자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타선도 벤자민을 도왔다. KT는 한화 수비가 흔들리던 3회와 4회 대거 7득점을 몰아쳐 한화 선발 류현진을 무너뜨렸다.
시원한 득점 지원을 받은 후에도 벤자민은 빈틈없는 투구로 한화 타선을 압도했다. 벤자민은 6회 이재원의 안타, 황영묵의 볼넷으로 첫 연속 출루를 내줬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이진영 상대로 3루수 병살타를 유도해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페라자에게도 약점인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와 커터를 집중 투구해 헛스윙 삼진으로 6회를 마무리했다.
효율적인 투구 수 덕에 벤자민은 7회에 이어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호투를 이어갔다. 7회를 3타자로 마친 그는 8회 역시 탈삼진 두 개를 곁들여 세 타자로 마친 그는 9회 우규민에게 남은 한 이닝을 맡기고 이날 등판을 상쾌하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