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만 하는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어떤 모습일까. 정말로 애런 저지(32·뉴욕 양키스) 못지 않을까. 정말로 그런 모양새다.
오타니는 25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워싱턴 내셔널스와 원정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6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맹타로 팀의 11-2 대승에 힘을 보탰다. 최근 3연승을 질주한 다저스는 시즌전적 15승 11패로 서부지구 1위를 지켰다.
이날 오타니는 홈런은 없었으나 안타 3개가 모두 2루타였다. 타율은 종전 0.364에서 0.371까지 올랐고, 출루율 0.433 장타율 0.695를 합친 OPS는 1.128까지 올랐다.
오타니의 방망이는 1회부터 돌아갔다. 1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우중간 외야를 가르는 2루타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2사 때 윌 스미스의 적시타로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을 기록했다.
오타니가 포문을 연 가운데 다저스 타자들이 바통을 받았다. 다저스는 2회 개빈 럭스의 내야 안타, 앤디 파헤스의 2루타로 2사 2·3루 기회를 잡은 후 무키 베츠의 적시타로 두 점을 달아났다. 워싱턴이 곧바로 닉 센제르이 홈런포와 조이 메네스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추격했으나 다저스의 달아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다저스는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스미스가 중전 2루타를 치고 나간 후 맥스 먼시가 불러들여 한 점을 더했고, 5회 스미스의 내야안타, 먼시의 2루타가 나온 후 2사 때 럭스의 우전 안타로 다시 2점을 추가했다.
다저스는 마지막까지 워싱턴 마운드를 두들겼다. 8회엔 파헤스가 솔로 홈런으로 워싱턴의 기세를 완전히 꺾었다. 이어 오타니도 좌중간 1타점 2루타를 날렸고, 프레디 프리먼도 2타점 적시타로 최근 살아난 타격감을 이어갔다.
이날 활약으로 오타니의 타격 성적표는 더 빼어나게 변했다. 타율과 장타율, OPS에서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최다안타(39개), 2루타(14개) 총루타(73개) 등에서도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홈런이 6개로 내셔널리그 1위(마르셀 오즈나 9개) 아메리칸리그 1위(마이크 트라웃 10개)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른 타격 성적만으로도 충분히 리그를 압도하고 있다.
리그 지배력에서 그의 라이벌 저지의 최고 시즌과 비슷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저지는 지난 2022년 아메리칸리그 홈런 신기록인 62개를 때려 오타니를 꺾고 아메리칸리그 MVP에 올랐다. 당시 그는 타율 0.311 출루율 0.425 장타율 0.686 62홈런 131타점 133득점을 기록했는데, 리그 평균 대비 타격 생산성을 나타내는 wRC+(조정 득점 생산력)에서 209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남겼다. wRC+ 200을 넘긴 건 21세기 들어 배리 본즈(2001~2004) 이외엔 저지가 유일했다. 본즈가 부정 약물 논란이 있던 걸 고려하면 저지의 시즌은 21세기 최고의 타자 시즌이었다.
그런데 현재 오타니의 페이스가 저지의 커리어하이에 비등하게 흘러가고 있다. 아직 홈런 페이스는 풀 시즌 기준 40홈런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대신 콘택트에서 전례 없이 훌륭한 시즌을 선보이는 중이다. 25일 기준 wRC+가 207로 2022년 저지와 대등하다.
4월에 약하기로 알려졌던 오타니라 향후 성적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지난해에도 4월에 부진했던 그는 6월엔 27경기에 출전해 15홈런 29타점 타율 0.394(104타수 41안타) 장타율 0.952 OPS 1.444를 기록하고 이달의 선수를 수상했다.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을 기록했고, 홈런왕도 수상했던 오타니다. 그러나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다 6월을 맞는다면 더 빼어난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애런 저지와 같은, 혹은 그 이상의 역사적인 성적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