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순조롭게 '영건'을 육성하고 있다. 그 바탕엔 베테랑 안방마님 강민호(39)의 존재가 있다.
올 시즌 삼성은 순항하고 있다. 개막 2연승 뒤 8연패에 빠져 잠시 위기를 겪었지만 빠르게 수습했다. 이후 연승(5연승 1회, 4연승 2회)을 반복하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지난 2일 잠시 2위 자리를 탈환하기도 했는데 상승세의 원동력 중 하나로 체질 개선이 꼽힌다. 이재현(21) 김영웅(21) 등 젊은 피가 두각을 나타낸 타선 못지않게 마운드의 새바람도 거세다.
8일 기준 삼성의 1군 투수 엔트리는 14명이다. 2000년대생이 5명으로 35.7%를 차지한다. 이 중 프로 2년 차 이호성(20)과 신인 육선엽(19)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 선수는 각각 2023년과 202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된 유망주 출신. 입단 당시 '삼성의 미래'로 불렸는데 1군 데뷔 후 씩씩하게 공을 던진다. 이호성은 지난 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 5와 3분의 2이닝 1자책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2승째를 따냈다. 육선엽도 가능성을 내비치며 박진만 감독으로부터 "선발 한 자리를 맡아야 하는 장래성 있는 선수"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승현(22·왼손)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자연스럽게 포수 강민호의 역할도 재조명된다. 박진만 감독은 "젊은 선수들은 타자를 상대한 경험이 부족하다. 강민호가 노련함을 통해서 젊은 선수들을 잘 잡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베테랑 안방마님인 만큼 젊은 투수들의 신뢰가 상당하다. 이호성은 "강민호 선배님은 나를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아시는 거 같다"며 "자신 없는 사인(구종)이 나오더라도 선배님을 믿고 던진다. 몇 경기 안 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KBO리그 대표 에이스로 성장한 원태인(24)도 등판마다 강민호에 대한 감사 인사를 잊지 않는다.
'영건'의 성장은 강민호에게도 큰 의미다. 그는 KBO리그 역대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시리즈(KS) 경험이 아예 없다. 젊은 투수들을 이끌고 가을 무대를 밟으면 더 큰 의미가 될 수 있다. 강민호는 "어린 선수들이 비시즌에 많이 준비했다. 준비한 걸 마운드에서 잘 보여주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면서 자신감도 생긴 것 같다"며 "방심은 금물이다. 올해, 지금 당장 잘한다고 앞으로도 쭉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노력하고 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