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구성에 비상이 걸린 한화 이글스에 위기가 더해졌다. 선발 투수 펠릭스 페냐(34)마저 투구 도중 타구를 맞고 강판당하면서 투수 운용에 고민거리가 더욱 깊어졌다.
페냐는 1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맞대결에서 선발 등판해 1과 3분의 2이닝 4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2회 투구 도중 손아섭이 친 타구가 오른쪽 팔뚝에 맞았고, 통증을 호소한 끝에 한승혁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투구를 마무리했다.
1회만 해도 깔끔했다. 선두 타자 손아섭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 타자는 모두 범타 처리했다. 서호철과 맷 데이비슨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위협적인 우타자 박건우도 1구 만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모두 주 무기 체인지업이 결정구였다. 적절한 높낮이로 제구된 체인지업을 NC 상위 타선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2회 상황이 급변했다. 페냐는 선두 타자 권희동과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더니 흔들리기 시작했다. 페냐는 1사 후 김형준에게 다시 볼넷을 내줘 실점 위기를 맞았고, 김주원에게 깔끔하게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로 동점을 허용했다. 이어 도태훈마저 우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기록,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1회 말 선취점을 냈던 한화는 허무하게 리드를 내줬다.
역전 허용은 시작에 불과했다. 페냐는 후속 타자 손아섭에게 초구 체인지업을 던졌고, 손아섭이 이를 쳐내 투수 정면으로 타구를 보냈다. 날아오는 타구에 무의식적으로 페냐가 오른손을 뻗었고, 페냐의 팔뚝에 맞은 공은 굴절돼 손아섭을 살려보냈다.
손아섭이 살아난 후 페냐는 통역과 코치진을 불러 통증을 호소했다. 하필 던지는 손이었고, 투구를 재개하지 못한 페냐는 결국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불펜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데다 전날 12회 연장 승부로 불펜 소모가 컸던 한화로는 대처할 수 없는 대형 위기였다. 급하게 강속구 투수 한승혁을 올렸으나 소용 없었다. 한승혁은 첫 타자 서호철(2루타)를 시작으로 네 타자 연속 출루를 내줬고, 주자 세 명을 불러들였다. 2회 초일 뿐이었지만, 대전 구장을 가득 채운 1만 2000명의 관중 모두가 승기가 기울었다는 걸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