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지난 3월에 이어 6월에도 ‘임시 사령탑’ 체제로 운영된다. 대한축구협회(KFA)가 정식 감독 선임에 실패한 탓이다. 한국축구가 연이어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되는 건 무려 29년 만이다. KFA 행정력의 민낯을 보여주는 촌극이다.
KFA는 20일 싱가포르·중국과의 6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김도훈 감독이 임시로 지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엔 황선홍 당시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았는데, 이번에도 결국 임시 감독 체제를 택했다.
정해성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원회는 당초 이달 중 정식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었다. 지난 2월 말 황선홍 임시 감독 체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직접 5월 내 선임을 기한으로 못 박았다. 지난달 초에는 정 위원장이 브리핑까지 열고 외국인 7명 등 11명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협상에 나서 5월 초중순까지 선임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전력강화위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부에서 1순위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진 황 감독은 무려 40년 만의 올림픽 출전 실패 참사와 맞물려 자연스레 제외됐다. 외국인 감독 중 최상위 후보였던 제시 마쉬 감독은 한국 대신 캐나다 대표팀을, 헤수스 카사스 현 이라크 대표팀 감독은 잔류를 각각 택했다. 에르베 르나르 프랑스 여자대표팀 감독, 세뇰 귀네슈 전 FC서울 감독 등은 협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감독 선임 데드라인은 다가오는데 협상은 거듭 실패하니, 결국 대표팀 명단 발표 일주일을 앞두고서야 김도훈 감독에게 임시 지휘봉을 맡겼다. KFA는 보도자료를 통해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6월 A매치 전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마치 특정 감독과 협상이 진행 중인 것처럼 발표했으나, 정작 정해성 위원장은 ‘원점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후보군부터 새로 추려야 하는 상황인 만큼 자연스레 정해성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가 계속 유지돼야 할 명분도 사라졌다. 사실 정 위원장은 황 감독에게 A대표팀 임시 지휘봉을 맡길 당시에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지겠다”고 단언한 바 있다. 40년 만의 올림픽 탈락이라는 참사에도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건, 정 위원장 체제에서 정식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감독 선임마저 실패했고, 이제는 백지상태에서 다시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출범 직후 K리그 현직 감독의 후보군 포함 논란을 시작으로 올림픽 탈락 참사 책임, 감독 선임 실패 등 논란들을 돌아보면, 현 전력강화위 체제가 계속 유지돼야 할 이유는 사라지게 됐다.
거듭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현 전력강화위 체제로 감독 선임 작업이 이어진다면, 위르겐 클린스만 사태를 더해 가뜩이나 가득한 KFA 감독 선임 프로세스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력강화위부터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전력강화위 권한 축소로 생긴 현 시스템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해야 한다. ‘제대로 된’ 감독을 선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