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제주에선 한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탱크' 최경주가 54세 생일에 쟁쟁한 젊은 선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 쉰살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일주일새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강행군도 모두 이겨내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는 "알코올과 탄산을 끊었다. 커피도 7일째 안 마시고 있다. 경기를 하지 않을 때는 샷을 500개 한다"라며 꾸준한 자기 관리도 자랑하고 증명했다.
이는 38세 한승수에게 큰 울림을 줬다.
한승수는 26일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끝난 KPGA 투어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KPGA 통산 3승째를 올란 한승수는 대회 후 "최경주의 우승을 보고 마음을 다 잡았다"라며 우승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사실 한승수는 올 시즌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한국과 아시안 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그는 올 시즌 출전한 6개 KPGA 투어 대회에서 컷 탈락 4차례에 톱10 진입은 한 차례도 없었다. 가장 좋은 성적이 지난 주 SK텔레콤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34위. 한승수는 "겨울에 잘 쉬고 훈련도 열심히 했다. 특정 부분이 잘 안 된 건 없다. 원하는 만큼의 집중력이나 흐름이 유지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최경주가 눈에 보였다. SK텔레콤 오픈 마지막 날 최경주의 연습과정부터 다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는 그는 "계속 꾸준하고 묵묵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라고 말했다. "몸도 아프고 회복도 느리고 지쳐 있는 상태이긴 하다"라고 했던 그는 최경주를 보며 "나보다 더 힘드실 거 같은데, 모든 것은 다 핑계였다"라고 전했다. 최경주의 우승을 보고 마음을 다 잡았다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우승은 한승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스스로에게 증명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그는 "3라운드가 끝나고 우승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오늘 경기 내내 과정에 집중하면서 앞서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결국 우승까지 만들어냈다"라며 이번 우승의 의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한승주는 "일단 우승을 했으니 내 위치를 확인한 후 목표와 계획 설정을 다시 해보겠다"라며 남은 시즌 목표를 전했다. 한 달 뒤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는 '코오롱 한국오픈' 2연패 각오도 다졌다. 그는 "오늘 우승도 했고 전반적으로 흐름이 좋기 때문에 자신있다. 이번 대회 우승이 큰 시너지가 될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