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6-5로 역전한 경기가 6-7로 뒤집히면서 패색이 짙던 순간 김영웅이 타석에 들어섰다.
9회 2사 1루 상황에서 김영웅은 롯데 마무리 김원중의 포크볼을 힘껏 잡아 당겨 안타를 만들어내는 듯했으나, 우익수에게 잡혀 무산됐다. 그렇게 경기는 끝났고, 중계 카메라엔 김영웅이 헬맷을 그라운드에 내동댕이 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팀의 4번 타자, 동점의 찬스를 살리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 행동이었다. 그라운드 위 분노 표출이 나쁘게 비춰지는 경우도 있지만,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종료 시점에 순수한 승부욕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지난 타석에서 무안타로 물러났던 김영웅은 그만큼 간절했고, 승부욕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같은 날 김현준도 더그아웃에서 승부욕을 표출했다. 이날 김현준도 4타수 무안타에 수비 실책까지 하는 등 시련의 하루를 보냈다. 5회 초 무사 만루에선 헛스윙 삼구 삼진으로 물러났고, 6-6 동점 상황이던 6회 초 1사 3루 절호의 역전 찬스에선 전진 수비 중인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고개를 숙였다. 5회 수비 땐 포구 실책으로 타자의 3루 진루를 허용하면서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김현준도 삼성에서 승부욕이 남다른 선수 중 한 명이다. 잘 안풀리는 날이면 더그아웃 안전 펜스를 주먹으로 팡팡 치기도 하고, 팀 패배가 분해 헬맷으로 허벅지를 치며 분노를 삭힌 일화도 있다. 물론, 이 모두 부상이나 팀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적정선에서 하는 행동들이다. 이날도 김현준은 답답한 마음에 더그아웃에 있는 장비 사물함을 몇 차례 내리치며 승부욕을 표출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최근 삼성 주장 구자욱은 후배들을 향해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열심히 뛰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땐 혼내고도 싶다"라고 말했다. 젊은 후배들이 많은데 투지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악착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웅과 김현준이 보여준 승부욕이 구자욱이 원하던 후배들의 모습이 아닐까.
건전한 승부욕은 팀 분위기를 깨우고 자신의 성장에 큰 원동력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두 '아기 사자'의 '분노의 눈물'은 삼성의 미래를 짊어질 이들에게도, 팀에게도 큰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