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투수 한재승(23·NC 다이노스)은 지난 시즌 말미 구단으로부터 호주 프로야구리그(ABL) 파견을 제의받았다.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의 하나로 경험을 쌓을 기회였다. 내심 뿌듯했지만,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재승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감하게 부딪힌 한재승은 그의 야구 인생을 바꿨다. ABL에서 여러 외국인 타자와 맞대결하며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그 결과 올 시즌 NC의 필승조 한자리를 꿰찼다. 28일 기준으로 28경기 등판, 5홀드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 중이다. 한재승은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마운드 위에서 위축됐는데 지금은 타자를 이기겠다는 마음이 크다"며 "'이 타자를 잡겠다, 이닝을 무실점으로 끝내겠다'라는 생각으로 던진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나 싶다"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겨울, KBO리그 여러 구단이 ABL에 선수를 파견했다. KIA 타이거즈는 캔버라 캐벌리, 삼성 라이온즈는 애들레이드 자이언츠에 각각 5명과 3명씩 소속 선수를 보냈다. 한재승은 팀 동료 임형원(투수) 박시원(외야수)과 함께 브리즈번 밴디츠에 몸담았다. NC는 트레이너 및 국제업무 스태프를 추가 파견, 선수들의 적응을 도왔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ABL에서 뛴 한재승은 "지난 시즌 1군에서 많은 경기(11경기)를 뛰지 못했다. 호주에선 위기 상황, 세이브나 홀드 상황에 많이 등판했다"며 "많이 뛰다 보니까 어떻게 경기를 해야하는지 느낌이 왔다"고 흡족해했다.
구속으로만 타자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깨달았다. 브리즈번에서 함께 뛴 오른손 투수 샘 가드너(27)는 최고 98마일(157.7㎞/h)의 폭발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ABL에서 압도적인 성적(14경기, 평균자책점 0.40)을 기록, 정상급 불펜으로 활약했는데 그의 강속구를 타자들이 받아치는 걸 보고 놀랐다. 한재승은 "내가 던진 92~93마일(148~49.7㎞/h) 직구는 배팅볼처럼 치더라"며 "(직구를 잘 때리니) 변화구의 컨트롤이나 완성도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재승의 일정은 빡빡하다. ABL 스케줄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소화했다. 시범경기를 거쳐 정규시즌까지 쉼 없이 달려온 셈이다. 그는 "계속 1군에 있고 싶은 간절함이 있다"며 "아직까진 보직이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나 투수 코치님께서 올리면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다치지 않고 풀시즌, 50경기 이상 등판하면 좋을 거 같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