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끝난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우승자는 최경주였다. 허리 통증과 시차 문제를 이겨내고 4라운드 연장전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최경주는 2005년 매경오픈 챔피언 최상호(당시 50세 4개월 25일)를 넘어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자신의 54세 생일에 이룬 쾌거였다.
최경주와 2차 연장전 끝에 준우승한 박상현(41)도 나이가 적지 않다. 두 베테랑은 쟁쟁한 20~30대 후배들을 모두 제치고 리더보드 최상단에서 잊지 못할 '연장 드라마'를 합작했다.
지난 26일 끝난 KB금융 리브 챔피언십도 베테랑들의 활약이 빛난 대회였다. 38세 재미교포 한승수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승수를 1타 차로 맹추격한 김연섭(37)도 만만치 않았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한 이태희(40)도 저력을 보여줬다. 32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2라운드까지 상위권을 유지했던 황인춘은 50세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활약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상금왕 박상현은 올 시즌에만 준우승을 두 차례 차지했다. 이태희는 올 시즌 출전한 7개 대회에서 상위 10위 진입만 세 차례 성공했다. 박상현과 이태희는 아시안투어까지 병행 중이다. 챔피언스투어(만 50세 이상이 참가하는 시니어투어)를 앞둔 황인춘도 7개 대회에 꾸준히 출전했다.
끊임없는 훈련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아저씨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PGA 챔피언스투어를 병행하며 미국을 오가는 최경주는 "알코올과 탄산, 최근엔 커피까지 끊었다. 경기하지 않을 때는 샷을 500개 한다"라고 전했다. 박상현도 "훈련은 기본이다. 골프가 아닌 다른 걸 할 때도, 쉴 때도 골프를 생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무심코 무언가를 잡아도 그립을 신경 쓸 정도"라며 롱런의 비결을 설명했다.
여기에 최경주의 우승이 40~50대 베테랑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한승수는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우승 후 "(SK텔레콤 오픈에서 함께 뛴) 최경주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라고 돌아봤다. 그는 "꾸준하고 묵묵한 모습이 인상이 깊었다. 나보다 더 힘드실 거 같은데, (내가 힘든 건) 다 핑계였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경주는 SK텔레콤 오픈 우승 후 "(내 우승이) 후배들에게 희망을 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많은 베테랑 후배가 최경주의 말에 반응해 약진하고 있다.
한편, 오는 6월에 열리는 KPGA 선수권 대회에는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최상호(69)가 출전한다. 최상호는 1978년 여주오픈부터 2005년 매경오픈까지 27년 동안 43승을 올린 투어 최다승 기록 보유자. 그는 최경주가 지난 19일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19년 동안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도 보유했다. 상금왕과 대상을 9차례씩 기록했고, 최저타수상도 11번 기록한 레전드다.
최상호는 "출전하기로 결심한 만큼 최상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 열심히 훈련 중"이라면서 "비거리나 체력은 젊은 선수들에 비해 부족하겠지만, 베테랑의 저력을 아낌없이 보이겠다"라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