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Mnet ‘걸스플래닛999 : 소녀대전’을 통해 결성된 그룹 케플러가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웨이크원·스윙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맺었다.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최초로 활동 연장에 성공한 이들이 K팝 신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지 주목된다.
2022년 1월 9인조로 데뷔한 케플러는 이달 마지막 활동에 앞서 멤버 마시로와 강예서를 제외한 7인(최유진, 샤오팅, 김채현, 김다연, 히카루, 휴닝바히에, 서영은)과 활동 연장을 위한 재계약에 합의했다. 비록 2명이 빠지기로 했지만 기존 멤버들이 케플러라는 이름의 그룹으로 계속 활동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아이돌 그룹들은 큰 인기를 누렸어도 기본 계약에 따른 활동 종료 후 모두 뿔뿔이 흩어져 그룹 활동을 할 때 만큼의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끝이 정해진 채로 활동을 하는 것은 그 동안 프로젝트 그룹의 비애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해 각종 미션을 거쳐가며 팬들의 지지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데뷔 멤버로 선발돼 활동을 하며 큰 인기를 누린 경우가 많지만 계약기간 만료 후 각자 기존 소속사로 돌아가야 했다. 이들은 각 기획사들에서도 상위권 연습생들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전에 데뷔조에 포함돼 있었거나 프로젝트 그룹 활동 때부터 소속사 컴백 후 데뷔할 그룹을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케플러 재계약은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회사와 멤버들뿐 아니라 기존 소속사도 동의를 했다는 의미다. 케플러 재계약에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을 거슬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그룹 출신 멤버들 중 소속사 복귀 후 기존 이상의 인기를 이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Mnet ‘프로듀스 48’에서 선발돼 아이즈원으로 활동한 뒤 아이브로 데뷔한 장원영과 안유진, 솔로 활동을 하는 권은비 정도다.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의 팬덤은 멤버 개개인의 팬들이 결집한 것인데 이들이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팬덤의 응집이 시너지를 내지만 각자 소속사로 돌아가면서 응집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소속사에서 새롭게 합류한 그룹은 결국 특정 멤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원맨팀이 돼 그룹으로서 인기를 충분히 쌓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관건은 케플러가 이번 재계약 활동을 통해 기존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프로젝트 그룹이지만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K팝 신에 새로운 성공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터다.
케플러는 3일 기존 9인 체제로 첫 정규이자 마지막 완전체 앨범이 될 ‘켑윈고잉 온’을 발매한다. 타이틀 곡은 ‘슈팅 스타’로 케플러가 데뷔 이후 쌓아온 스토리텔링의 연장선을 그린다. 이번 활동이 케플러의 성공적인 활동 연장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