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투수 이의리(22)의 이탈로 오른손 투수 황동하(22·이상 KIA 타이거즈)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의리는 지난 2일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KIA는 '이의리가 왼 팔꿈치 내측측부인대 재건술 및 뼛조각 제거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발표, 그의 이탈을 공식화했다. 수술의 무게감을 고려하면 시즌 아웃은 자연스러운 수순. 최근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이의리가 빠지면서 KIA 선발진에는 위기감이 감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투수 윌 크로우가 부상으로 팀을 떠났고, 윤영철의 페이스마저 좋지 않다. 선발진에 악재가 쌓였는데 희망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바로 '임시 선발'로 뛰며 고정 선발 한자리를 꿰찬 황동하가 그 주인공이다. 황동하는 시즌 성적은 3일 기준으로 9경기(선발 6경기) 평균자책점 4.28이다.
선발 등판한 6경기 평균자책점은 4.85로 소폭 더 높지만, 최근 페이스가 가파르다. 지난달 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부터 30일 창원 NC 다이노스전까지 5경기 연속 5이닝 투구를 이어갔다. 특히 NC전에선 6이닝 8피안타(2피홈런) 6탈삼진 2실점 쾌투하며 개인 최다 이닝, 최다 탈삼진,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등 각종 개인 기록을 세웠다.
선발 투수들이 속속 복귀, 황동하의 쓰임새가 애매해질 수 있었는데 NC전에 앞서 이범호 KIA 감독은 "지금까지 잘 던져줬고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 웬만하면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오늘 투구를 두고 판단하지 않을 거"라고 신뢰를 보냈다. 황동하는 NC전 호투로 사실상 선발 한 자리를 따냈는데 이의리의 이탈로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황동하는 NC전을 마친 뒤 '욕심'을 이야기했다. 그는 "(임시 선발이었던) 첫 등판 때는 조금만 던지고 빠지니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두 번째 등판부터는 후회 없이 하고 싶었다.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던져보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며 "지금도 충분히 욕심 많이 부리고 있는 거 같다. 티는 안 내지만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차곡차곡 쌓은 신뢰와 기록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황동하의 다음 등판(5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 유력)에 이목이 쏠린다. 프로야구 대권에 도전하는 KIA로선 어느 때보다 '결과'가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