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56) 감독이 대전하나시티즌 사령탑으로서 축구 현장에 복귀했다. 2024 파리 올림픽 진출 실패 약 40일 만이다. 올림픽 탈락 참사로 지도자 커리어에 새겨진 치명적인 오점도, 대전 팬들의 비판 목소리에도 그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보란 듯이 대전의 반등을 이끌고, 나아가 자신의 명예도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인터뷰실에서 열린 대전 제15대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 나섰다. 황 감독이 공식석상에 나선 건 지난 4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 탈락으로 올림픽 진출에 실패한 뒤 귀국길에서 고개를 숙인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다. 40년 만의 올림픽 탈락 참사 속 지도자 커리어 역시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는데,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대전 신임 감독’으로서 복귀한 것이다.
올림픽 탈락이라는 참사가 채 잊히기 전에 황선홍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한 대전 구단의 선택도, 대전 구단의 제안을 받아 현장으로 복귀한 황선홍 감독의 결정에도 적잖은 비판이 잇따른 게 사실이었다. 대전 구단에선 모기업 의중이 강하게 반영돼 황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했는데, 이를 황선홍 감독도 고심 끝에 제안을 수락했다.
자연스레 대전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다. 황선홍 감독은 “지금도 그때(올림픽 탈락)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쓰리고 아프다. 굉장히 착잡하다”고 돌아봤다. 이어 “귀국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성원해 주신 팬 여러분들, 올림픽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 선수들한테 굉장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황 감독은 “과연 쓰러져 있을 것이냐, 다시 일어설 것이냐를 고민했다. 이 시점에서 나 자신을 믿고, 다시 도전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싸울 건가, 포기할 텐가’라는 대전 팬들의 걸개 문구처럼 나는 전자를 택했다. 포기하지 않고 싸워 나가겠다”고 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를 이유로 감독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기보다, 계속 감독으로서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특히 대전 구단에 대한 애정이 복귀 결심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황 감독은 지난 2020년 대전을 이끌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한 바 있다. 그는 “상당히 고심이 많이 됐다. 대전이 아니었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감독으로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고, 항상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함께 하고 싶었던 팀이었다.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위기를 최대한 감독으로서 넘기고 싶은 마음에 이 자리에 섰다. 대전하나시티즌이 창단 때 목표로 했던 톱 레벨의 팀으로 가는데 초석을 다지는 기회가 다시 왔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팀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했다.
대전 팬들의 비판과 우려에 대해서도 인지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지지와 응원을 바랐다. 강등권으로 추락해 반등이 절실한 상황, 4년 전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한 채 떠났던 황선홍 감독의 복귀에 대전 팬들의 반응도 좋을 리 없다.
황 감독은 “팬들이 어떤 의견이신지, 우려하시는 부분도 잘 안다. 냉정하게 따져 굉장히 힘든 시즌이 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나하나 차분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 많은 얘기보다는 경기장에서 증명해 내는 거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저를 믿고 성원해 주시면, 실망시키지 않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 부탁드리겠다”고 했다. 팬들의 비판에 경기력과 성적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황 감독은 당장 강등권 탈출과 안정권 진입을 1차 목표로 제시했다. 장기적으로는 위닝 멘털리티를 기본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주도하는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게 황 감독의 다짐이다. 그는 “감독 입장에선 항상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가지고 일해야 한다. 이 자리도 마찬가지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나가야 한다. 대전과 함께라면, 얼마든지 성공 신화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신임 감독 부임과 맞물려 선수단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주장 이순민은 “변화를 통해 좋은 시기와 좋은 타이밍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하나의 팀으로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면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베테랑 주세종도 “감독님이 새로 오신 만큼 감독님을 따라 위기를 타파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황선홍 감독과 대전 선수단은 이날 상견례와 첫 훈련을 통해 동행을 시작했다. ‘황선홍호’ 대전의 데뷔전은 오는 15일 포항 스틸러스 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