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은퇴가 아쉬울 정도로 '배구여제' 김연경(36·흥국생명)은 건재했다. 김연경은 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김연경 초청 KYK 인비테이셔널 2024' 세계 여자배구 올스타전에서 12득점했다. 김연경이 이끈 '팀 스타'는 '팀 월드'에 70-68로 승리했다.
비록 이벤트 경기였지만, 나탈리아 페레이라(브라질) 나가오카 미유(일본) 플레움짓 틴카오우(태국)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김연경은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서브 에이스와 함께 강력한 후위 공격으로 연속 득점했다.
퍼포먼스도 '월드 스타'다웠다. 서브 에이스 후 팬들 앞에서 방방 뛰며 환호를 이끌었고, 엘린 루소(벨기에)의 블로킹을 뚫고 득점한 뒤엔 키스 세리머니를 하며 자신의 득점을 자축했다. 월드스타답게 경기를 주도한 김연경은 '대한민국 대표'로 나선 마지막 경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김연경은 이번 경기를 통해 국가대표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그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팬들에게 인사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올해 자신이 개최한 'KYK 인비테이셔널'을 통해 국가대표 은퇴식을 치렀다.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2005년 성인 국가대표에 데뷔한 그는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두 번의 4강 신화를 이끌며 여자배구 붐업에 큰 역할을 해냈다. 또한 한국의 V리그뿐 아니라 일본과 튀르키예, 중국 등 세계무대를 누비며 맹활약, '배구 여제'로 군림했다.
지난 8일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치른 김연경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6000여명의 환호와 자신의 활약상이 담긴 헌정 영상이 경기장에 울려퍼지자 그는 연신 눈물을 닦아내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렇게 배구 여제는 국가대표 커리어 15년 만에 무거웠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김연경은 은퇴식을 통해 "많은 분과 함께 은퇴식을 해서 너무 기쁘다. 태극기를 달고 참 오랫동안 뛰었다. 태극마크를 꿈꾸면서 달려온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많은 기억들이 떠오른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국내외 다양한 배구 스타들이 참가한 가운데 김연경을 향한 찬사도 이어졌다. 아리 그라사 국제배구연맹(FIVB) 회장은 영상을 통해 "김연경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롤 모델이자 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면서 "김연경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는 것을 보고 모두가 슬퍼할 것이다. 그의 에너지와 헌신을 그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한남 대한배구협회장도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 배구가 김연경을 보유했다는 것이 큰 자랑"이라고 덧붙였다.
나가오카는 "(김연경은) 3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100년은 조금 짧을 것 같고 300년은 걸릴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김연경의 '절친'인 페레이라는 "재능있는 선수"라고 친구를 표현했다. 자밀라 니체티(아르헨티나)는 "김연경은 전사(warrior)다. 항상 우리 팀에 있었으면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엘린 루소(벨기에)도 "그는 G.O.A.T(Greatest Of All Time)다"라며 칭찬을 이어갔다.
연예계의 많은 스타들도 이 대회를 찾았다. "아이유 콘서트는 가면서 배구 경기는 안 왔다"며 김연경에게 핀잔을 들은 유재석을 비롯해 이광수와 송은이, 배우 정려원, 박소담 등이 김연경의 은퇴 행사에 참석해 응원을 남겼다. 9일 경기엔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이 현장을 찾았다.
유재석은 "많은 분과 함께하는 이 자리가 (김)연경이의 기억 속에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이곳이야말로 축제 같았다. 중간 중간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참았다"라며 좌중을 웃게 했다. 송은이는 "대한민국 여자배구는 김연경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행보를 한마음으로 응원했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앞서 8일 김연경의 은퇴 경기는 김연경이 이끄는 '팀 대한민국'이 양효진이 이끈 '팀 코리아'를 70-60으로 제압했다. 김연경은 13득점으로 자리를 빛냈다.
한편, 김연경은 이번 대회에서 'KYK 재단' 출범을 알리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자신의 이름 이니셜을 딴 재단 출범을 통해 김연경은 "유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재단 사업을 항상 꿈꿨다. 유소년 스포츠가 발전해야 자연스레 아마추어와 프로, 국가대표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스포츠 환경이 어려운 (유소년) 친구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물질 뿐만 아니라 멘털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