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비트로 시작되는 음악에 ‘이건 뭐지?’ 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봤더니 앳된 소녀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익숙한 비트라 함은 분명 X의 20대때였던 19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이었다. 샘플링을 한건가? 아니면 서태지와 아이들 30주년 기념 음원 같은 건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힙합을 하는 아이돌 그룹 영파씨의 ‘XXL’이라는 곡이었다. 모두 똑같은 음악에, 똑같은 춤만 추고 있는 것 같은 K팝 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팀이라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요즘 영파씨의 이름을 Z세대 사이에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 만큼 많은 K팝 그룹들 사이에서도 주목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얘기일 게다. X세대에게는 익숙함으로 다가온 영파씨를 Z세대는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X재국 : 영파씨는 기존 아이돌과 좀 다른 느낌인데?
Z연우 : 기존 여자 아이돌들이 사실 그룹 콘셉트 자체를 힙합으로 잡거나, 3분 분량의 노래를 아예 힙합 느낌으로 뒤덮은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영파씨는 순도 100% 힙합 음악에 힙합을 콘셉트로 하고 있어요. ‘XXL’은 영파씨가 지난 3월에 발매한 동명의 미니앨범 타이틀곡인데 안무는 ‘위댐보이즈’가 맡았어요. 위댐보이즈는 그동안 보이그룹 안무만 맡았던 팀인데 이번에 걸그룹 안무를 맡았다고 해서 이슈가 됐죠. 영파씨는 위댐보이즈가 제작한 최초의 걸그룹 안무를 갖게 된 팀으로도 이름을 올린 셈이에요.
X재국 : 영파씨 멤버들 소개해준다면?
Z연우 : 올드스쿨 스타일의 힙합 노래를 무대에서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지만, 사실 멤버들의 평균 연령은 16.6세로 되게 어린 편이에요. 뉴진스 평균 연령이 17.6세 라는 걸 감안하고 보면 영파씨가 얼마나 어린 편인지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멤버들이 모두 전문적으로 랩을 배웠고, 라이브 실력과 춤 실력도 좋아요. 랩이나 작사에도 모든 멤버들이 다 참여하는 편이에요. 멤버 정선혜가 리더인데 올라운드 플레이어에요. 무대 보면서 ‘단발머리 멤버가 제일 눈에 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꽤 많았을 거 같은데 그 멤버가 바로 정선혜예요. 영파씨의 메인댄서는 위연정, 메인보컬은 지아나, 비주얼 멤버는 도은이고 한지은은 2009년생으로 멤버들 중 막내예요. 그리고 영파씨는 멤버 전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에요. 요즘은 외국인 멤버가 포함된 그룹이 많다보니 그런 멤버 구성만으로도 차별화된 느낌이 있어요.
X재국 : 영파씨는 힙합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하던데?
Z연우 : 유튜브에 ‘영파씨 XXL’을 치면 제일 먼저 뜨는 연관검색어가 ‘해외반응’이에요. 요즘 이지리스닝과 트렌디함이 유행하면서 영파씨처럼 올드스쿨 스타일의 힙합을 들고 나오는 아이돌 그룹을 보기 힘들었거든요. 이번에 새로 데뷔한 여자 아이돌 그룹이 힙합 음악을 들고 나왔고 또 춤과 랩, 무대도 잘하니까 한마디로 난리가 난 거죠. 또 ‘XXL’은 서태지의 아이들의 ‘컴백홈’을 오마주한 걸로도 Z세대 사이에서 유명해졌어요. 그러다 보니 제 친구들도 ‘컴백홈’을 찾아서 들어보게 됐고요. 그 밖의 1990년대 한국 힙합 음악을 탐방하는 친구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영파씨의 등장은 단순히 올드스쿨을 재해석했다는 평가보다는 지금 시대에 맞게, 아주 영리하게 재창조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이 신선했던 것만큼 영파씨의 등장도 못지않게 신선하고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K팝의 확장성 차원에서도 영파씨의 등장은 의미가 있다. 신선하게 등장한 만큼 K팝의 대안이 되어주고 K팝의 또 다른 미래가 되어주길 영파씨에게 기대해본다.
◇필자소개=이재국 작가는 서울예대 극작과를 졸업하고 ‘컬투의 베란다쇼’, ‘SNL코리아 시즌2’, 라디오 ‘김창열의 올드스쿨’ 등 다수의 프로그램과 ‘핑크퐁의 겨울나라’, ‘뽀로로 콘서트’ 등 공연에 참여했다. 2016 SBS 연예대상 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저서는‘아빠왔다’, ‘못그린 그림’이 있다. 이연우 양은 이재국 작가의 딸로 다양한 재능을 가졌으며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 평범한 청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