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은 올 시즌 타격 부침이 심하다. 햄스트링 부상 탓에 지난 4월 28일 1군에 지각 등록됐는데 이후 경기 감각이 들쭉날쭉하다. 10일 기준으로 33경기 타율이 0.236(123타수 29안타)에 머문다. 통산 257홈런을 기록 중인 슬러거지만 지난 시즌 6할을 넘긴 장타율마저 0.423(통산 0.538)까지 떨어졌다
나성범은 1군에 복귀한 뒤 치른 첫 9경기 타율이 0.080(25타수 2안타)에 불과했다.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다 보니 "너무 일찍 콜업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3번 나성범 카드'를 고수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는 나성범다운 활약을 할 것"이라며 강한 신뢰를 보냈다.
나성범은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원정 경기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3타점 맹타로 8-2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초 무사 1·2루에서 터트린 우익수 방면 3루타가 이날 결승타. 햄스트링 부상 탓에 주루가 조심스럽지만, 상대 빈틈을 파고들어 거침없이 내달렸다.
경기 뒤 나성범은 "솔직히 심적으로 힘들었다. 잘 맞은 공이 야수 정면으로 날아갈 때도 있고, 강한 타구가 돼야 했을 공이 빗맞은 타구가 되기도 한다. 그런 타구가 많아지니까, 나도 모르게 위축된다"며 "다시 좋아지고자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노력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KIA는 지난주 LG 트윈스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두 달 가까이 지켜온 선두 자리를 탈환하려면 나성범의 부활이 절실하다. KIA의 3번 타순 타율은 0.263로 KBO리그 9위.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2번 타자(김도영)을 보유하고 있지만 좀처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 것도 결국 3번 나성범의 부진과 연결된다. 2번 김도영과 4번 최형우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나성범이 해주면 중심 타선의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이 나성범을 꾸준히 3번에 기용하는 이유다.
나성범은 지난 5월 말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수들, 팬분들에게 너무 죄송스러운 모습만 보여드려서 스스로 위축되기도 했다"며 "주변에서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셔서 조금 힘이 났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던 거 같다. 조금씩 감이 올라오고 있는데 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싶다"며 반등을 자신했다. 하지만 6월에 치른 첫 8경기에서도 기복(타율 0.194)은 있었다. 멀티 히트와 무안타를 반복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 9일 기록한 시즌 첫 3루타가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순위 경쟁의 반격을 준비하는 KIA로선 나성범의 '3번 타석'이 더욱 중요해졌다. 타선의 짜임새를 완성하는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