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 작품으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이종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7일 열린 ‘탈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작품을 시작할 즈음 우연히 해외 토픽을 봤다. 남아프리카 청년들이 유럽에 밀입국하기 위해 활주로에 잠입해서 비행기 바퀴에 매달려 떴다. 그 이야기를 보며 ‘그 심정이 무엇일까’ 궁금했다”며 “비슷한 시기에 친구가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술 취해 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인물들과 규남의 마음이 비슷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보편적이구나 생각했다”고 기획 계기를 밝혔다.
그렇기에 온전히 북한을 배경으로 하지만 정치적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감독은 “작중에서 대한민국 사람이 나오면 남북관계나 이데올로기, 휴머니즘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저는 북한을 통해 인간 자체 근원적인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관객들이 마치 꿈을 꿨는데 북한에 온 것 같은, 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콘셉트가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작은 악몽인데 점점 남쪽을 향해 자신의 의지로 달려나가면서 굉장히 짜릿한 꿈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영화 곳곳에서는 사실에 기반한 철저한 고증보다는 영화적 상상력이 돋보인다. 북한 청년 규남이 훔쳐듣는 남한 라디오에서 가수 자이언티의 ‘양화대교’가 흘러나오는 식이다. 이 노래는 규남이 탈주를 계획하고 실행하면서 끊임없이 자극하는 주제곡처럼 등장한다.
‘탈주’에서는 각자의 입장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상반된 두 인물이 조명된다. 이제훈은 병사 규남 역을, 구교환은 장교 현상 역을 맡아 치열한 대립각을 세운다. 두 배우의 캐스팅은 이제훈의 지난 2021년 청룡영화제에서 구교환에게 하트를 날린 ‘큰 그림’으로 출발했다.
이날 이 감독은 “현상 역의 구교환 배우는 이제훈 배우가 오랫동안 원하기도 했고 저도 원했다. 시나리오 드리기 전에 현상 역은 단순한 추격자 캐릭터였으나 캐스팅을 위해 입체적으로 작업을 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이에 이제훈은 “촬영하면서도 ‘왜 이제야 만났지’ 싶었다. 스크린을 통해 보니 현상이라는 역은 구교환 배우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다”면서 “지금껏 작품 중에서 이렇게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구 배우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고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이제훈 캐스팅에 대해서 이 감독은 “극 중 규남을 신념을 갖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혼자 정의를 했었다. 오래전에 스쳤던 인연이자 먼발치에서 본 이제훈 씨가 배우로서 신념을 갖고 자기 길을 가는 사람처럼 보였기에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훈이 배역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남달랐다. 이제훈은 “‘잡히면 내 인생은 끝난다, 벼랑 끝이다’ 생각하며 연기했다”며 “이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규남에게 동질감을 많이 느꼈다. 저도 절박하게 연기하면서 제 마음이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추격자 역할을 입체적으로 연기한 구교환은 “현상의 여유 있는 모습의 한편으로 포마드 머리, 화려한 장교 복장 이런 것들이 본인의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치장이 아니었나 싶다. 현상 같은 경우는 계속 궁금한 인물로 남겨진다. ‘현상은 이런 인물입니다’라고 쉽게 이야기를 못하겠다. 계속 곁에 두고 보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끝으로 이제훈은 “제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그 진심이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 귀중한 시간 내주시는 한 분 한 분께 부끄럽지 않을 마음으로 임했다. ‘탈주’가 재미와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