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최근 흐름은 불안하다. 지난 25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4-1 리드를 지키기 못하고 15-15 무승부(연장 12회)로 경기를 마쳤다. 이튿날 경기는 4-1 리드가 뒤집혀 4-6으로 패했다. 두 경기 팀 평균자책점이 6.75. 불펜 평균자책점은 9.00에 이른다. 양현종과 정해영 등 주축 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 전반기 잔여 경기를 사실상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타선의 힘'이 유지되고 있다는 건 그래도 긍정적이다. 투수들이 대량 실점을 해도 타격 덕분에 어느 정도 대등한 싸움이 가능하다. KIA의 6월 월간 타율은 0.297로 리그 2위. 5월(0.288)보다 소폭 상승했는데 월간 출루율(0.380)과 장타율(0.451)을 합한 팀 OPS가 0.831로 준수하다. 최형우와 김도영의 활약이 꾸준한 가운데 소크라테스와 함께 위력을 회복한 나성범 덕분에 타선의 짜임새가 확 달라졌다.
홈런을 기록한 뒤 베이스를 도는 나성범. KIA 제공
나성범은 지난 18일 광주 LG 트윈스전부터 26일 부산 롯데전까지 8경기 타율 0.429(35타수 15안타)를 기록했다. 이 기간 나성범보다 타율이 높은 건 송성문(키움 히어로즈·0.581)과 박민우(NC 다이노스·0.500), 황성빈(롯데 자이언츠·0.447)까지 3명에 불과하다. 21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부터 4경기 연속 장타를 터트렸고 선발 출전한 최근 6경기 중 4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달성하기도 했다.
나성범은 올 시즌 타격 부침이 심했다. 햄스트링 부상 탓에 지난 4월 28일 1군에 지각 등록됐는데 이후 경기 감각이 들쭉날쭉했다. 지난 5일 기준 시즌 타율이 0.229까지 떨어졌다. 타격 슬럼프가 워낙 길어지다 보니 그는 "솔직히 심적으로 힘들었다. 잘 맞은 공이 야수 정면으로 날아갈 때도 있고, 강한 타구가 돼야 했을 공이 빗맞은 타구가 되기도 한다. 그런 타구가 많아지니까, 나도 모르게 위축된다"며 "다시 좋아지고자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노력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성범을 더그아웃에서 맞이하는 이범호(오른쪽) 감독. KIA 제공
이범호 KIA 감독은 뚝심 있게 '나성범 카드'를 밀어붙였다.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워낙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라는 극찬으로 독려하기도 했다. 그 결과 나성범의 타격감에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했다. 마운드가 휘청거리는 상황. 타격마저 침묵한다면 KIA는 큰 암초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면에서 나성범의 최근 상승세는 큰 의미를 지닌다. 반등을 도모하는 KIA의 구심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