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넘는 야구 인생에 처음 겪는 1이닝이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야구가 어떤 스포츠인지 다시금 돌아봤다.
키움은 지난 26일 홈구장(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0-7로 승리했다.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 동안 실점 없이 탈삼진 13개를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타선은 5~7회 각각 3득점했다.
8회까지 일방적인 경기였다. 하지만 9회 초 흔하지 않은 전개로 흘렀다. 젊은 투수 박승주가 사4구 4개를 남발하며 무너졌고, 베테랑 문성현마저 갑자기 마운드에 올라 3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어느새 10-5, 5점 차로 좁혀진 상황. 결국 키움 벤치는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투입했다. 그도 갑자기 등판해 어수선했고, 밀어내기 볼넷 2개를 내주며 흔들렸다.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끝냈지만, 결코 웃을 수 없었다. 한 이닝 볼넷 8개, 사구 1개를 내줬다.
이튿날 NC전을 앞둔 키움은 박승주와 문성현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시사하는 바가 있는 변화했다.
홍원기 감독은 "현장(감독)의 선택 미스다. 나도 선수와 지도자 생활까지 30년 이상 야구를 했지만, 처음 겪는 경험이고, 야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입술을 악물었다.
두 투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한 선택에 대해서는 "재청비 차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따로 얘기한 건 없다. 괜히 화풀이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결과를 떠나서, 과정 속에서 그런 상황에 놓였기 때문에 현장(감독)이 문제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 감독은 "투수라면 스트라이크는 던질 수 있어야 한다"라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키움은 좌완 셋업맨 김재웅이 군 입대한 뒤 불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커처럼 썼던 조상우를 마무리 투수로 고정했지만, 선발 투수와 그 사이 연결고리가 헐겁다. 이런 상황에서 문성현까지 뺐다.
키움은 NC와의 주중 3연전 1·2차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모처럼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27일 경기에서 3연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