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언제 완전체가 될 수 있을까. 한동안 좋은 기운이 가득했던 롯데 자이언츠에 다시 부상 악령이 드리웠다. 그동안 팀 공격을 이끌었던 주역들이 차례로 이탈했다.
롯데는 지난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내야수 고승민이 제외됐다. 구단은 "병원 진단 결과 왼쪽 엄지손가락 염좌 진단이 나왔다. 재활 치료와 복귀까지 3~4주 정도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고승민은 26일 KIA전에서 롯데가 2-4로 지고 있던 7회 말 1사 1·3루 기회 속에 타석에 나섰고, 내야 땅볼을 친 뒤 1루에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안타를 만들었다. 롯데는 이어진 상황에서 빅터 레이예스가 2루타를 치며 4-4 동점을 만든 뒤 6-4로 승리했다. 하지만 이 안타, 득점, 승리 대가는 고승민의 장기 이탈이었다.
2019년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받은 고승민은 2022시즌 92경기에서 타율 0.316를 기록하며 1라운더다운 잠재력을 보여줬다.
2023시즌은 멀티 플레이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부침이 있었고, 타격 성적까지 떨어지며 성장통을 겪었지만, 2루수로 고정돼 나선 올 시즌은 다시 주전급 선수로 올라섰다. 한동안 퓨처스리그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4월 말 복귀 뒤엔 맹타를 휘둘렀다. 5~6월 출전한 45경기에서 남긴 타율은 0.333. 어느새 클린업 트리오 첫 주자인 3번 타자까지 올라섰다. 롯데가 1-14, 13점 차 를 따라잡고 무승부(15-15)로 경기를 마친 25일 KIA전에서는 만루포 포함 6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5월 이후 팀 타율과 OPS(출루율과 장타율 합계) 1, 2위를 지켰던 롯데 공격력 핵심 선수였다.
롯데는 불과 사흘 전 주전 3루수였던 손호영까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바 있다. 6월 둘째 주까지 통증을 안고 뛰었지만, 검진 결과 예상보다 상대가 안 좋았다. 회복까지 3주 이상 걸릴 전망이다.
롯데가 지난 3월 말, LG 트윈스와의 트레이드로 영입한 손호영은 타격 잠재력을 발휘하며 이내 주전 3루수로 올라섰다. 지난 20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30경기 연속 안타를 해내며, 이 부문 역대 공동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악바리' 박정태(은퇴)가 보유한 자이언츠 구단 최장 기록(31)에 다가서며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한 선수다.
롯데는 올 시즌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스프링캠프에선 신인(2023년) 선수로 세 자릿수 안타를 치며 팀 대표 기대주로 올라선 김민석이 옆구리 부상을 당했고, 원래 주전 3루수였던 한동희도 시범경기에서 스윙 중 옆구리 근육에 무리가 가며 이탈했다. 손호영·고승민·윤동희·나승엽 등 젊은 타자들의 살아나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5월 중순에는 팀 대들보 전준우가 종아리 힘줄 손상으로 이탈했다.
전준우는 지난주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경기를 치르며 복귀를 알렸다. 하지만 손호영이 24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가 내달 열리는 올스타전에서 추천선수로 선정돼 데뷔 처음으로 올스타 선수가 된 날이었다. 그리고 사흘 뒤 고승민까지 장기 이탈 소식을 전했다.
전준우는 26일 KIA전에서 1군에 복귀, 볼넷 2개를 얻어내며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가 없는 동안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두 타자가 이탈했다. 새 단장, 새 감독 체제로 재도약을 겨냥한 롯데. 유독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손호영과 고승민의 예상 복귀 시점은 8월 초. 전임 감독 체제에서 기대 반영과 조롱이 섞여 화제를 모은 팬 사이 화제를 모은 야구 신조어 8·치·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 완전체 타선만 구성하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취임 첫 시즌, 처음으로 완전체 타선을 가동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