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투수 조병현(22.SSG 랜더스)이 프로야구 불펜 투수로는 사상 첫 '10타자 연속 탈삼진' 대업을 달성했다.
조병현은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1-1로 맞선 7회 말 1사 만루에서 등판, 1과 3분의 2이닝 4탈삼진 무실점했다. 팀이 3-1로 승리하면서 시즌 3승(3패)째를 따냈는데 결과만큼 인상적인 건 과정. 첫 네 타자를 모조리 삼진 처리하며 지난 26일 인천 KT 위즈전(1이닝 3탈삼진 무실점), 29일 잠실 두산전(1이닝 3탈삼진 무실점) 포함 10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KBO리그에서 10타자 연속 탈삼진은 1998년 5월 14일 인천 현대 유니콘스전에서 이대진(당시 해태 타이거즈)이 달성한 게 유일. 조병현이 무려 26년 만에 멈춰 있던 시계를 돌렸는데 불펜 투수로는 사상 첫 신기원을 열었다.
6타자 연속 탈삼진 상태에서 30일 마운드를 밟은 조병현은 군더더기 없었다. 1사 만루 위기에서 조수행과 양석환을 연속 탈삼진 처리, 8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기록을 늘렸다. 두 타자 모두 결정구는 포크볼. 2-1로 역전한 8회 말에도 등판한 조병현은 라모스와 강승호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대망의 '10타자 연속 탈삼진' 고지를 정복했다. 2사 후 김기연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 11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놓친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세광고를 졸업한 조병현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8순위에 지명됐다. 2021년 1군에 데뷔해 3경기 등판, 평균자책점 8.10(6과 2분의 2이닝)을 기록했다. 2022년 상무 야구단에 합격, 빠르게 병역을 해결한 그는 올 시즌 스프링캠프부터 이숭용 SSG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때만 하더라도 '추격조' 정도로 분류됐다. 하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입지를 넓히고 있다. 개막 후 6월까지의 성적은 44경기 3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80. 9이닝당 탈삼진이 10.97개에 이른다.
30일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조병현은 "아무 생각하지 않은 기록을 달성하게 돼 너무 기분 좋다. 이거(기록)보다는 팀이 이겼다는 게 좋다"며 "조수행 선수 삼진 잡았을 때는 다음 타자도 있기 때문에 다음 타자에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양석환 선수 잡았을 때는 너무 좋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11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에 아쉬움은 없었을까. 조병현은 "경기 때 계속 삼진을 잡고 있어서 마지막 타자도 삼진 잡았으면 좋았겠지만, 안타나 볼넷이 아닌, 땅볼 아웃이 돼 이닝을 깔끔하게 마친 게 너무 좋았다"며 "후반기에도 지금처럼 자신감 넘치고 마운드에서 도망 다니지 않고 타자와 맞붙는 투수로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