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지난달 30일 인천 클럽72CC 하늘코스(파71·7103야드)에서 끝난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총상금 7억원)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 267타로 장유빈과 동타를 이룬 뒤 2차 연장 접전 끝에 웃었다. 2008년 데뷔한 허인회의 지난해 9월 iMBank 우승 후 시즌 첫 승이자 통산 6승째였다.
허인회는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던 장유빈에 5타 차 뒤진 공동 9위로 마지막 4라운드를 시작했다. 그는 이날 하루에만 6타(버디 7개, 보기 1개)를 줄여 연장 승부 끝에 극적인 우승을 달성했다. 사진=KPGA 제공 짜릿한 역전승 못지않게 주목을 받은 건 연장 첫 번째 홀(18번 홀·파5)에서 허인회가 던진 승부수였다. 홀까지 291m를 남긴 상황에서 그는 드라이버를 손에 쥐었다. '티샷'이 아닌 페이웨이에서 '세컨드 샷'을 날렸다. 정확성을 희생하더라도 비거리를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허인회가 버디를 잡아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다만 뒤이어 장유빈 역시 버디를 올려 2차 연장에 돌입하게 됐다. 허인회는 이날 내내 공격적인 경기 운영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사진=KPGA 제공 허인회는 색다른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이목을 끈다. '필드의 4차원' '괴짜 골퍼'로 불린다. 그라운드에서 감정 표현도 전혀 숨기지 않는다. 한때 '게으른 천재'로 통한 적도 있다. 지난해 2월 아들을 얻은 뒤에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세컨드 샷에 대해 허인회는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이지만 세컨드 샷을 드라이버로 친다고 해서 '투온'이 되는 거리도 아니었다. 큰 미스가 나올 수도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그렇다면 허인회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괴짜 골퍼'다운 답이 돌아왔다. 그는 "사실 (팬들을 위한) 퍼포먼스도 생각했다"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이 저다운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충분히 잘 날아갈 것으로 생각했다. 재밌는 퍼포먼스도 나오지 않았나 싶다. 만족스럽다"라며 웃었다. 사진=KPGA 제공 평소에 자주 연습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많은 선수가 티샷이 아닌 경우에도 바닥에 공을 놓고 드라이버를 친다. 선수 입장에서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건 아니다"면서도 "(그렇다고) 흔히 시도하진 않는다. 나도 불편하다"고 했다. 허인회는 "난 우드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는다. 이번에 사용한 미니 드라이버를 티샷용으로도 많이 쓴다.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우승 직후 허인회는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었다"면서 "KPGA 투어 대회의 코스 난이도가 최근 몇 년간 낮아졌다. (전장이) 많이 짧아졌다는 느낌을 몇 년 전부터 받았다. (대회 코스를 설계할 때) 우리나라 남자 프로의 수준을 높게 잡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소신 발언을 남겼다.